[임채운의 경영직설] 딥시크 AI가 쏘아올린 혁신논쟁

입력 2025-02-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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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기술혁신-복제’ 사이 다양한 평가
美 규제에 대응해 고효율 모델 개발
창의 기반한 비약적 혁신 이뤄내야

중국 딥시크(DeepSeek)의 인공지능(AI) 모델을 놓고 벌어진 논란이 혁신의 의미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창업한 지 2년도 안 되는 신생 스타트업이 통상적으로 AI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의 10분의 1만 투입해 선도기업인 오픈AI의 챗GPT에 견주는 성능의 인공지능 R1을 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이런 딥시크의 혁신에 대한 평가가 여러 갈래로 나뉜다는 것이 흥미롭다.

예찬론자들은 기존의 고정 관념을 깨고 적은 컴퓨팅 파워로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AI를 개발해 업계 판도를 바꿀 파괴적 혁신(Destructive Innovation)이라 칭송하며 ‘스푸트니크 충격(Sputnik Shock)’이라고까지 부른다. 딥시크의 모델이 널리 채택되면 AI 훈련 비용이 대폭 감소해 AI를 응용한 서비스가 빠르게 보급되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 기대한다.

이에 반해 딥시크의 AI를 혁신이 아닌 일종의 기술복제(Technological Replication) 혹은 기술탈취(Technological Theft)라고 깎아내리는 혹평도 나온다. 딥시크는 자체 AI 모델의 훈련에 오픈AI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해 비용을 절감한 시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별히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지 않고 단지 기존의 기술을 효율적으로 복제해 가성비를 높이는 전형적인 중국식 모방으로 치부하는 평가이다.

이런 양극단 사이에서 중도적 시각은 딥시크의 기술을 점증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으로 보는 입장이다. 딥시크가 AI를 최초로 내놓은 것은 아니므로 파괴적 혁신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기존 기술을 그대로 모방한 복제 기술의 수준은 뛰어넘었다고 평가한다. 이미 알려진 저비용 AI 개발 기법을 딥시크가 정교하게 다듬고 조합해 가성비가 높은 AI를 개발한 성과를 인정한다.

파이낸셜타임스와 같은 외국 언론은 AI 알고리즘의 최적화와 데이터의 효율화에 성공한 딥시크의 혁신을 ‘카이젠’(개선)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과거에 일본 제조업이 저비용 고품질의 제품 생산에 활용했던 카이젠을 중국 스타트업이 첨단 기술에 적용한 사례로 해석하는 것이다.

혁신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오랜 논쟁거리이다. 혁신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다 안다. 하지만 무엇이 혁신인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딥시크 한 사례를 놓고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양하며 상반된 의미의 혁신이 유추된다.

세상에 최초로 내놓은 새로운 기술이 혁신이라는 관점은 혁신이론의 시조인 조지프 슘페터가 제시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개념을 반영한다. 슘페터는 혁신을 전통적 산업과 기술을 파괴하여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는 신기술로 정의했다. 현재 파괴적 혁신에 해당하는 신기술은 양자컴퓨팅, 핵융합에너지, 바이오배터리 등이다. 상업화해 새로운 시장이 창조되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기업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기존의 기술을 최적화하고 고도화하여 가치를 높이는 점증적 혁신이다. 우리 기업들도 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 화학 등에서 꾸준히 점증적 혁신을 추구해 오늘날의 국제경쟁력을 달성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해외 기술을 도입해 복제 단계에서 시작했지만 이를 계속 개선해 효율과 품질을 향상함으로써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

점증적 혁신에서 여러 단계를 건너뛰어 초격차를 벌리면 ‘비약적 혁신’(Quantum Innovation)으로 발전한다. 다양한 제약조건을 해소해 문제를 해결하고 위협을 기회로 만드는 것을 비약적 혁신이라 간주한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우주발사체를 회수해 재활용함으로써 발사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 것은 우주산업을 도약시키는 비약적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관점에서 딥시크의 AI 모델을 비약적 혁신으로 분류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규제로 고사양의 엔비디아 반도체를 사용하지 못하는 제약조건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고효율·고성능 AI모델의 개발로 결실을 본 것이다. 딥시크가 직면한 제약조건은 곧 우리 기업들에도 쓰나미처럼 닥쳐올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력과 관세율 인상은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이다.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배제된 중국의 물량 공세는 국내외 가격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다. 전반적으로 수출 물량이 감소하고 비용은 상승하지만, 가격은 하락하여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이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제약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기업은 급속도로 추락하고 경제는 쭈그러들 것이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규제와 장벽을 창의적 방법으로 극복하는 비약적 혁신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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