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대체투자 분야에 도입된 ‘기준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기준 포트폴리오를 주식과 채권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의결권에 대해서는 그간 반대 의견 행사로 이사회 보수 한도 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다만 국내 기업은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쉽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11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기준 포트폴리오 체계를 빠르게 안착시킨 후, 주식과 채권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차질 없이 이행토록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기준 포트폴리오는 기금이 장기적으로 감내해야 할 위험 수준을 명시적으로 표현한 국민연금의 새로운 자산 배분체계다. 기존에는 대체투자 자산을 세분화한 뒤 목표 수익률에 맞춰 운용했지만, 기준 포트폴리오에서는 자산 배분 조합을 65%의 위험자산(주식)과 35%의 안전자산(채권)으로 단순화해 투자자산 비중을 비교적 더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날 손협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은 기준 포트폴리오에 대해 “위험의 양만 정하기 때문에 자산군을 사전에 정의하고 이 정의된 자산군과 대비에서 아웃퍼폼(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서브 옵티멀(sub optimal·준최적) 개념에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옵티마이제이션(optimization·최적)을 추구하는 체계가 되는 것”이라며 “이 경우 투자가 유연해지고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촉진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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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실장은 기준 포트폴리오의 액티브 프로그램은 대체투자 자산을 기존 체계보다 더 세분화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준 포트폴리오의 액티브 프로그램은 대체투자 자산을 유사한 위험속성을 가진 집단으로 묶어 구분하는 단위를 말한다.
손 실장은 “기존에는 대체투자를 4개의 세부 자산군으로 나눴지만, 액티브 프로그램은 이를 좀 더 세분화해 바이아웃(Buy-out)과 그로스(Growth), 프라이빗 크레딧(Private credit), 헤지펀드(Hedge fund) 등 총 20개로 나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민연금의 책임투자에 대해 설명한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기업을 옥죄거나 사회 정의를 구현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기금의 장기적이고 안정적 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법에 따라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행동주의와 달리 기금의 자산 증식을 위해 기업과 협력하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주주관여)의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은 네 가지(찬성·반대·중립·기권)로 나뉘지만, 주로 찬성과 반대를 행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또 행사 방향은 주로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결정하지만, 이를 판단하기 곤란한 상황이거나 사회적 쟁점이 강한 안건에 대해서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에 부의하거나 수책위가 직접 ‘콜업(의결권 행사 요청)’을 한다고도 했다.
이 실장은 2022년 최고치를 찍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반대 행사 비중이 점차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는 “기업 친화적으로 변화한 것이 아니라, 그간 반대 행사에 따른 국민연금의 의사가 점점 기업 활동에 반영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2021~2022년 국민연금이 이사회 보수 한도를 승인하는 안건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면서 이와 관련한 기업 안건에 반대를 많이 하다 보니 지금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사회 보수 한도를 낮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민연금의 의결권 반대 행사 비중은 2021년 16.3%에서 2022년 23.3%로 크게 뛰었는데, 이후 2023년 21.7%, 2024년 21.1%로 줄어드는 추세다.
아울러 이 실장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반대를 행사해도 주총 부결이 적은 이유에 대해서는 지배주주가 과반 이상의 지분율을 가진 기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총 참석률 60% 기준 지배주주 지분율이 30%만 넘으면 지배주주 찬성만으로 안건을 가결시킬 수 있다”며 “국내 기업 지배주주 평균 지분율이 43.6%에 달해 지배주주가 찬성하면 가결되는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