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발표하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새벽부터 긴급 회의를 소집하며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자동차와 철강 업계는 이중 관세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한국에 부과된 26%의 높은 관세율은 기업들에 큰 부담이다. 특히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핵심 생산 기지인 베트남(46%)과 인도(26%)에도 고율의 관세가 적용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날 새벽부터 주요 경영진을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책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특히 갤럭시 스마트폰의 절반 가까이를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베트남산 제품에 부과된 46%의 관세로 인해 큰 타격이 예상된다. 또 인도에서도 상당량의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어 26%의 관세 부과 역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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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수뇌부는 긴급 회의를 소집하여 그간 마련했던 대책들을 구체화하고, 생산 전략의 재조정과 공급망 다변화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46% 세율이 말이 되는 수치인가"라며 "당장 뚜렷한 대안도 없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비상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상호관세는 피해갔지만 이날부터 수입 자동차 관세가 부과돼 타격을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KB증권은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이익 감소 폭이 각각 3조4000억 원, 2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내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2일부터 이미 25% 관세 조치가 시행된 철강업계도 비상 회의를 통해 향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이날 철강 제품이 상호관세에서 제외되며 관세 불확실성이 일단락됐다고 판단, 향후 전략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변수는 많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철강이 미리 매를 맞아 호재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지만 호재,악재를 평가하는 건 섣부르다”면서 “철강 제품별로 영향이 각각 다를 수 있고, 다른 국가에서 어느 정도로 맞대응을 할지 등 변수가 너무 많다”고 짚었다.
이날 대한상의도 공식 논평을 통해 "상호관세 정책은 글로벌 통상 질서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중대한 조치라는 점에서 그 영향을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의는 "상호관세 시행 과정에서 그간 양국 간 쌓아온 신뢰 기반을 바탕으로 양국 정부 간 긴밀한 소통과 정책 조율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대한상의는 정부 간 협상에서 산업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해 상호관세로 인한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