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에도 출시 직후 인기
41년 간 94억 개 판매…영화 '기생충' 등 등장
최근엔 블랙ㆍ마라 등 신제품 자매품 출시도
경제적 위기로 한강 위 다리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서울 밤섬으로 떠밀려 내려온 김씨. 표류 생활 중 우연히 스프만 들어있는 짜파게티 봉지를 발견한 그는 짜장라면을 먹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땅을 개간한다. 새똥 속 씨앗을 키워 면을 만들려다 보니 삶에 대한 시각도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뀐다. 2009년 개봉한 영화 ‘김씨표류기’의 줄거리다.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도 한우 채끝살을 넣은 고급 짜장라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등장한다.
1984년 출시 이후 올해 41번째 생일을 맞은 농심 ‘짜파게티’는 유독 국내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외식 메뉴 짜장면을 집에서 저렴하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데다, 남녀노소 호불호 없는 맛을 구현한 영향이 크다. TV 광고에서 “오늘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라는 카피처럼, 대한민국 식탁에 짜장면을 쉽게 즐길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 바로 짜파게티다.
짜파게티는 알고보면 농심이 두 번째 만든 짜장라면이다. 짜파게티보다 먼저 출시한 농심 최초의 짜장라면은 1970년에 선보인 ‘짜장면’이다. 농심 짜장면은 미투제품이 쏟아진 탓에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특히 일반명사인 짜장면이란 이름이 치열한 경쟁 속 특장점을 보이지 못해 힘을 잃었다. 결국 농심은 경쟁 제품보다 더 독창적이고 진한 맛을 내는 신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의 깊이와 일관성이었다. 이를 위해 춘장과 양파를 볶아 만든 스프, 푸짐한 건더기, 조미유로 중국집 주방에서 화덕으로 볶은 간짜장 풍미를 그대로 살리는 데 주력했다. 또 균일한 맛을 내기 위해 면에 잘 비벼지는 스프 개발에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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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개발 당시 한 연구원이 커피를 마시던 중 ‘커피 알갱이처럼 동일한 맛이 나는 라면 스프는 어떨까’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모래처럼 고운 가루 타입의 과립스프를 도입했다. 농심 관계자는 “이미 커피업계에서 쓰는 그래뉼 공법(Granule Method)을 활용한 것으로 농심의 자체 특허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작은 입자(그래뉼)을 활용해 스프 알갱이 맛이 모두 같아 면과 스프가 잘 섞이면서 균일한 맛을 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큰 숙제였던 제품명은 ‘짜장면’과 ‘스파게티’를 합쳐서 탄생했다. 당시 출시된 짜장라면 이름이 대부분 ‘~짜장’으로 끝났던 것에 비해 꽤 파격적인 작명이었다. 피자나 스파게티가 흔치 않았던 1980년대 초반 짜장면의 최대 소비층인 어린이의 관심을 크게 끌어모았다. 짜파게티는 당시 경쟁 제품보다 50원 높은 200원대 가격에 선보였음에도 출시 직후부터 높은 인기를 얻었다.
지금은 짜파게티에 항상 있는 올리브유 유성스프를 동봉한 것도 출시 이후였다. 1990년대 짜장라면 춘추전국시대가 되자, 농심은 1996년 라면의 풍미를 높이고 맛을 한층 고급화하기 위해 올리브유 유성스프를 더해 한층 부드러운 맛을 만들어냈다.
짜파게티는 현재 전체 라면시장 매출 2위이자, 짜장라면 시장에선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독보적 1위 제품이다. 지난해까지 국내외에서 팔린 짜파게티는 총 94억 개에 이른다. 농심은 오랜 고객 사랑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짜파게티 40주년을 맞아 신제품 ‘짜파게티 더 블랙’을 출시했고, 12월에는 젊은층이 열광하는 ‘마라’를 접목해 ‘마라 짜파게티’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맛으로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