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통치범위 무시…민주공화정에 위해
헌법수호 관점서 중대…국민신임도 저버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4일 오전 11시 22분 주문을 이같이 낭독했다. 문 권한대행이 ‘2024헌나8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선고 개시를 선언하고 결정문을 읽기 시작한지 22분만이다. 헌법재판소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서 윤 대통령은 즉시 파면돼 전직 대통령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는 ‘12‧3 비상계엄’ 선포 122일, 지난해 12월 14일 탄핵 소추된 지 111일, 헌재가 변론 절차를 종결하고 재판관 평의에 돌입한 뒤 38일 만에 매듭지어졌다.
8인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이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사건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행위의 절차적, 실체적 위헌‧위법성 △국회에 군대를 침입시키고 국회의장‧국회의원 등의 체포를 지시한 행위의 위헌‧위법성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를 침입시키고 불법 압수수색 및 체포‧구금을 시도한 행위의 위헌‧위법성 △포고령 제1호의 위헌‧위법성 △전‧현직 대법관과 법관 등 사법부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구금 지시의 위헌성 등 5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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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가장 핵심은 윤 전 대통령을 헌재 탄핵 심판대까지 세우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첫 번째 쟁점인 ‘비상계엄 선포 위헌·위법성’으로, 헌재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절차를 무시했으며, 계엄을 선포하기에 이른 배경으로 볼 만한 실체가 없다고 봤다.
헌재는 “실체적으로 비상계엄 선포 요건에서 설명하는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다”라며 “절차적으로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있어 하자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탄핵 소추‧예산안 심의는 국회 권한행사로 위기 상황이 아니므로, 당시 국회 상황이 국가긴급권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헌재는 “부정선거 의혹만으로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적시했다. 또한 국무위원 부서가 없는 등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는 데다 포고령 중 국회의 정치 활동을 일체 금지한 조치가 중대성을 위반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은 11차례 변론 내내 “비상계엄은 범죄가 아니고,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합법적 권한행사”라는 이른바 헌법상 보장된 비상대권으로서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행위’라고 논리를 폈지만 헌재는 이를 일축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은 헌법이 정한 통치 범위를 무시하였으며 법치주의‧민주국가 원리, 민주공화정 안정에 위해를 끼친 법 위반이 있는 경우로 대통령 파면 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위반 행위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며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