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
유럽·아시아증시도 줄줄이 급락
트럼프 관세·중국 보복 여파
JP모건 올해 미국 경기침체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충격에 글로벌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가능성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확산에 2020년 일어났던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쇼크가 재연됐다.
5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뉴욕증시는 지난주 마지막 2거래일 동안 최대 10% 넘게 대폭락했다. 특히 마지막 거래일인 전날에만 3대 지수 모두 6% 가까이 폭락하며 2020년 팬데믹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1500포인트 넘게 하락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전날 유럽증시도 범유럽증시 벤치마크인 스톡스유럽600지수가 5% 넘게 급락한 가운데 독일과 영국, 프랑스 증시 모두 4% 넘게 내렸다. 아시아증시에선 아시아다우지수가 3.41% 급락했고 일본이 2.75%, 홍콩과 인도가 각각 1.52%, 1.22% 내렸다. 중국과 대만은 ‘청명절’ 휴장 덕분에 폭락장을 가까스로 피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몰리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다시 4% 밑으로 떨어졌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40을 돌파했다. 40은 시장이 급락할 때만 나타나는 극단적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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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채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불리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금값은 3% 가까이 급락했다. 주식 투자자들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금을 팔아치운 결과라고 CNBC는 분석했다.
글로벌 증시가 무너진 건 이틀 새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인 중국이 미국산에 34% 보복 관세를 천명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시장 폭락 후 트루스소셜에 “정책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바워삭캐피털의 에밀리 바워삭 힐 최고경영자(CEO)는 “강세장은 끝났다. 이념가들과 (미국이) 스스로 가한 상처 때문에 파괴됐다”며 “시장은 단기적으로 바닥에 가까워질 수 있지만, 글로벌 무역 전쟁이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아직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까지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생기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JP모건은 관세 발표 후 올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 서한에서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관세 무게로 인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침체 때문에 실업률은 5.3%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앞으로 몇 달 동안 예상하는 가격 상승 압박은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보다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러 경제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혼란을 일으킴으로써 기준금리를 낮추려 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부채를 재융자하고 부채 수준이 극단적으로 치솟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