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시행 이후 아파트 임대 시장 내 월세 상승세가 뚜렷하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 등 핵심지가 토허제로 묶이면서 매매는 물론 갭투자를 통한 전세 물량까지 줄면서 실수요자들이 월세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6월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월세 수요는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 결과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래스티지’ 전용면적 59㎡는 3일 보증금 1억에 월세 460만 원 수준에 계약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은 지난달 12일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353만 원에 계약서를 쓴 것과 비교하면 107만 원 오른 수준이다.
강남구뿐만 아니라 송파구에서도 월세 상승세가 포착됐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이달 3일 보증금 1억 원에서 월세 350만 원에 월세 계약을 갱신했다. 기존 계약은 같은 보증금에 월세 335만 원 수준이었지만, 갱신 때 15만 원을 올려받은 것이다. 4일에는 같은 단지 전용 59㎡ 역시 기존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80만 원에서 같은 보증금에 월세 195만 원으로 인상됐다.
‘월세 1000만 원’ 이상 초고가 월세도 토허제 시행일인 지난달 24일 이후 14일 만에 2건이나 확인됐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용산구 ‘센트럴파크’ 전용 237㎡ 펜트하우스는 지난달 28일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2500만 원에 계약됐다. 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68㎡는 이달 4일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030만 원에 거래돼 지난 2022년 같은 평형 월세 최고가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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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세는 지난해 1분기보다 가파르다. KB부동산 통계 분석 결과 1분기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1.222%로 집계됐다. 강남 11개 자치구는 1.353% 올라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지난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월세는 0.439% 올라 올해 1분기 상승률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런 월세 상승세는 단기적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 감소와 전셋값 상승 영향으로 풀이된다. 토허제 시행 이후 전세를 끼고 사들이는 갭투자가 막히면서 전세 공급량이 줄고 있다. 여기에 매수 관망세가 전세 수요로 이어지면서 전세물건은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15일 전(3월 25일 기준) 대비 서울 강동구 아파트 전세 물건은 38.9% 줄어든 1520건으로 나타났다. 또 동대문구는 22.0% 감소한 978건, 도봉구는 10.1% 줄어든 482건으로 집계되는 등 강남과 강북권역 내 대표적인 실수요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물건이 큰 폭으로 줄었다.
전문가는 앞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세 물건이 줄어들고,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전세 실수요자 부담이 계속 늘고 있다”며 “집주인 역시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는 경향이 강해 ‘전세의 월세화’는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기준금리가 추가로 하락하면 월세 수요 일부는 전세 대출을 활용해 전세로 전환하면서 지금보다는 전·월세 거래 중 전세 비중이 소폭 늘어날 수 있다”며 “하지만 전세대출 보증 요건 강화와 대출 규제 등으로 전세 전환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