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재지정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규제 지역은 집값 오름폭이 눈에 띄게 작아졌고 거래도 크게 줄었다. 서울시는 토허제 확대 재지정 후 진정세에 들어갔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지나치게 뜨거웠던 열기가 식은 것은 맞지만, 규제 시행 기간이 아직 짧아 온전히 토허제 재지정 효과로 단정하기 어렵고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에서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토허제 재지정 발표 직전인 3월 셋째 주 0.83%에서 토허제 시행 이후인 4월 둘째 주 0.16%로 낮아졌다. 서울시는 지난달 19일 토허제 확대 재지정을 발표하고 24일부터 시행했다.
강남구와 함께 지난달 하순부터 토허제로 묶인 서초구(0.69%→0.16%), 송파구(0.79%→0.08%), 용산구(0.34%→0.14%)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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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재지정 시행 이후로 거래량도 급감했다. 서울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토대로 제시한 수치를 보면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3월 1~23일 1797건에서 3월 24~4월 18일 31건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토허제 재지정 발표 후 매매가격 흐름이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과열 움직임도 진정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견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토허제 재지정 발표 이전에 거래는 충분히 이뤄졌고 가격도 오를 만큼 올라 그냥 놔뒀어도 거래량이 줄고 오름폭도 작아졌을 것"이라며 "토허제 재지정은 그 시점을 조금 앞당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나타났을 흐름이고 토허제는 촉매 수준 정도란 분석이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주거용부동산팀장은 "토허제 지정 후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효과를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거래를 줄여 가격을 억누르는 것을 시장 안정화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에 존재하는 매매 수요에 의해 발생하는 정상적인 거래를 제약해 오히려 거래나 가격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토허제는 시행 초기 가격을 제한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영향이 적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도 올해 2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허제 해제 발표 당시 같은 내용의 용역 결과를 제시했다.
실제로 2021년부터 토허제로 묶인 양천구 목동 14개 재건축 단지 일대와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에서는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토허제 재시행 이후 4주간 양천구의 신고가 거래는 93건(3월 24~4월 20일, 신고일 기준)으로 이전 4주 동안의 기록인 43건(2월 24~3월 23일)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목동 10단지'를 비롯해 8·9·4·11·1·5·12·13·7·14·2단지 등에서 이전 거래를 최소 1억 원 이상 웃도는 역대 최고가가 나왔다. 여의도동은 같은 기간 신고가 거래가 12건에서 20건으로 증가했다. 공작·진주·미성·대교·수정아파트 등에서 기록이 경신됐다.
김 소장은 "기본적으로 학군과 직주 근접성 등으로 선호도가 높고 재건축 기대감이 더해졌던 곳인데 강남 3구·용산구 토허제 재지정 전후로 상대적으로 가격 매력이 높아졌다고 판단해 이쪽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어났다"며 "토허제가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가격 상승 억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