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가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국내 제약사들도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강제실시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해 귀추가 주목된다.
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의 모임인 건강권 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이하 희망연대)는 21일 성명을 통해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강제실시를 촉구했다.
강제실시는 특허권자가 아닌 제 3자가 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타미플루를 생산하고 있는 스위스 제약사 로슈 외 다른 제약사들이 타미플루를 생산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재는 의약품 특허제도로 인해 로슈만 타미플루를 독점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이날 희망연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각 국가에 인구의 20%까지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은 5%에 불과한 246만명 분의 항바이러스제를 보유하고 있고 정부의 계획대로 올해 말 531만명분을 확보해도 1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로슈가 공장을 완전 가동한다해도 전 세계 인구의 20%가 복용할 수 있는 타미플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국내 제약사가 생산할 수 있도록 강제실시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특허법 106조에 의해 강제실시를 발동하면 특허권자와 사전협의하지 않고도 바로 치료제 생산에 들어갈 수 있고 세계무역기구(WTO)도 각 국가가 재량으로 강제실시권을 발동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도 2001년 탄저병 유행에 대비해 치료제 확보를 위해 강제실시를 활용한 바 있다.
희망연대는 "특허청이 지난 6월에 주무부서인 보건복지가족부의 청구가 있으면 타미플루에 대한 강제실시권 발동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복지부는 초국적 제약회사의 특허권 존중 대신 국민들의 생명을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여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최근 당정협의회에서 국내 한 제약사가 인도 제약사와 원료약 수입 체결을 맺은 상황이라며 강제실시가 된다면 바로 국내 제약사가 생산 판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