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현대그룹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울산광역시에서 범현대家 건설사들이 잇단 구설수에 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올초 지역 협력회사 부도 책임으로 구설수에 오른 현대차그룹 건설사인 현대엠코에 이어 이번엔 현대산업개발이 분양 아파트단지 공사 중단으로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범 현대그룹의 주력 기업이 대거 몰려 있는 울산은 말그대로 현대그룹의 도시다. 하지만 올들어 울산에서 현대가를 배척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 지역 건설사업에 진출한 현대家 건설사들 때문이다.
우선 발단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 엠코가 시작했다. 현대 엠코는 올초 741가구 규모 울산 엠코타운과 북구 연암동 모듈화산업단지, 북구청 종합복지관 등 다수 사업에 참여한 협력회사 혜동건설의 부도가 울산지역 중소 건설사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지면서 원청사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논란을 빚으며 지역 여론의 질타를 맞았다.
이어 최근에는 '사촌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이 구설수의 주인공이 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울산에서 1년 반째 추진중이던 '문수로 아이파크2차' 사업에 대해 지난달 31일 최종 공사계약을 해지한 후 계약자들의 피해에 대해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사업 철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家 건설사란 브랜드를 믿고 계약했던 계약자들만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지난해 3월 현대산업개발이 울산 남구 신정동 1645-54 일원에 886가구 규모로 공급한 문수로 아이파크2차는 울산 인기지역인 신정동에 들어선다는 점과 3.3㎡당 1400만원의 높은 분양가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시행사와 현대산업개발측은 지방이란 약점에도 불구하고 초기 계약률이 43%에 이른다며 홍보를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공정률 25%를 채운 이 사업장은 돌연 공사를 중단했다. 계약자들에 따르면 당시 현장사무소측은 "추워진 날씨로 인해 일시 중단한 것이며 봄이 되면 다시 공사를 재개할 것"이란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사측의 말을 믿고 기다려 온 계약자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현대산업개발측은 실제 계약률이 10%에 지나지 않은데다 시행사인 현진예건의 재무구조 부실로 인해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최종 답변을 계약자들에게 전달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원금을 반환해가라는 통지를 보낸 것이다.
공사 중단에 따른 현대산업개발측의 피해는 사실상 없다. 이미 현대산업개발은 공사비 미지급을 이유로 시행사인 현진예건측에 사업부지를 대위변제 받은 만큼 기존 분양을 접고 주택형 조절 등을 통해 재분양에 나설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계약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사고 요건을 충족시켜 법상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되자 시급히 사업을 철수하는 것이란 게 이들 계약자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엠코측은 혜동건설 부도에 따라 발생한 중소 건설사들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사건 발생 한달 여만에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했지만 현대산업개발 측은 계약자들에 대해서는 원금 상환 외에는 어떠한 보상도 해주지 않아 회사의 이익만 챙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문수로아이파크 2차 계약자는 "적어도 울산에서는 '래미안','자이'보다 '아이파크'가 더 유력한 브랜드였고 우린 현대라는 회사명을 믿은 죄 밖에 없다"며 "분양 보증사고 요건만 채운 채 사업을 철수한다는 건 전형적인 계약자 '뒷통수 치기'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따라 울산지역에서의 '아이파크 기피증'이 심화될 전망이다. 울산 신정동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문수로 아이파크2차의 경우 계약자가 얼마 되지 않다는 이유로 현대산업개발이 그런 행위를 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또 이어 "문수로 2차는 분양가도 3.3㎡당 1400만원 선으로 최근 이 회사가 분양한 경기도 수원아이파크 분양가보다도 훨씬 높다"며 "결국 이 모든 것이 울산시민들을 만만하게 보고 이루어진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