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통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비슷한 색상의 5000원과 헷갈려 불편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첫 발행된 5만원권 발행 잔액은 지난 6일 기준 7조96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은행권 발행 잔액의 약 23.9%를 차지한다.
발행 장수로 따지면 5만원권은 1억5800만장이다. 1만원권(22억9600만 장)이나 1000원권(12억1700만 장)과 비교하면 적지만, 5000원권(2억780만 장)과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시중에 풀린 지폐 가운데 4.0%가 5만원권인 셈이다. 당초 지급결제의 편리함을 위한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오히려 불편함이나 피해를 끼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가장 큰 피해사례는 5만원권과 5000원권의 색상이 비슷하다는 불만이다.
마트에서 계산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손님들에게 신속하게 계산해주기 위해 지폐를 받으면 초록색, 노랑색, 파란색만 보고 잔돈을 거슬러 주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5만원이 5000원인 줄 알고 실수를 한다”며 “퇴근 무렵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경우에는 미안함과 짜증이 한 번에 밀려온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예전에 1000원과 1만원권 지폐를 헷갈려 했는데 이제는 5000원과 5만원권을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차라리 과거에는 실수를 해도 9000원만 손해봤는데 이제는 하루 일당(4만5000원)을 잃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개선책을 요구했다.
노인들과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더 높다. 나경희라는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5만원을 5000원으로 알고 잘 못 계산했는데 집에 도착하고 지갑을 본 후 알게 됐다”며 “택시 운전사 전화번호도 모르고 번호판도 몰라 한 순간에 거액을 잃게 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60대 후반인 어머니가 마트에서 5만원을 5000원인줄 알고 냈다가 뒤늦게 다시 찾아가 잔돈을 요구했지만, 증거가 없다고 거슬러주지 않았다”며 “결국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참을 실랑이 하다가 잔돈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5만원짜리 지폐를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부자들 사이에서 5만원권을 사재기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강남의 한 PB센터 측은 “강남에 부자들이 과거에는 원화를 달러를 교환해 보관했는데 신권 발행 이후 금고 보관이 용이한 5만원권을 구해달라는 요구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금세탁방지법 시행이 강화돼 현행 3000만원에서 내년부터는 2000만원 이상만 거래해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정보가 보고된다.
자금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부자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금고업계가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고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금고의 경우 5만원권 기준으로 10억원 이상 보관이 가능해 편리한 부분이 있다”며 “대부분 강남이나 송파 등 부촌을 중심으로 금고 구입 문의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