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효성그룹이 결국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매각 일정을 또 다시 올해를 넘기게 됐다.
효성그룹은 12일 하이닉스 인수 의향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효성은 두 차례 예비 인수제안서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하면서도 인수 의지를 밝혀왔으나 꾸준히 제기된 특혜시비 등으로 인해 공정한 인수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이어 "회사를 인수하는 입장에선 어떻게든 좋은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러한 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상황이라면 협상을 진행할 수가 없다"면서 "이에 매우 안타깝고 힘들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효성은 특혜 시비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효성은 "하이닉스를 인수하도록 특혜를 준 것 같다는 의심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그러한 특혠 전혀 있지도 않았고 이을 수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또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시장의 오해와 억측, 루머가 난무했다"며 "이번 일을 통해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통감했으며 앞으로 주주 및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하지만 하루 빨리 산업자본이 하이닉스를 인수해 더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며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소중한 산업이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보호, 육성해야하는 만큼 하이닉스가 하루 빨리 적절한 지배구조를 갖추어 우리 반도체 산업과 우리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일조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아울러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한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효성은 "하이닉스 그 자체로 경쟁력을 갖춘 회사"라며 "국내외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전망과 하이닉스의 경쟁력에 대해 오랫동안 충분히 검토한 결과 하이닉스가 선폭 미세화를 통한 경쟁에서 삼성에 이어 글로벌 2위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효성은 또한 "하이닉스는 반도체라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임에도 하이닉스 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한국기업은 없었다"며 "국가경제와 산업의 발전을 위해 국가 기간산업을 살려야겠다는 대승적 관점에서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닉스 인수 후 40년이 넘는 제조업 부문의 경험 및 스판덱스, 타이어 보강재 등에서 글로벌 1위의 위상을 갖고 있는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하이닉스를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효성은 또 "LED를 비롯한 신성장동력과의 시너지를 확보하고 당사의 기존 사업을 재편해 메모리 반도체 및 전자소재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그룹으로 거듭날 계획을 세웠던 것"이며 "이를 통해 회사의 시장가치 극대화를 도모코자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 추진을 위해 연간 7000억원에 달하는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일부 사업부 및 자산매각, 지주사 전환 및 해외부문 상장 등을 통해 자제 자금을 조달하고, 국내외 재무투자자와 컨소시엄 구성을 포함한 계획을 심도있게 준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하이닉스 채권단은 당초 하이닉스 지분 28.07%(1억6548만주)를 전량 매각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효성의 자금 부담을 고려해 부분매각(15~20%)쪽으로 선회해 특혜시비를 불렀다.
한편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 철회로 하이닉스 재매각은 내년 하반기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가 올 3분기 들어 8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으나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는 상태기 때문이다. 또 최근 들어 시장에 대우인터내셔널 등의 기업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점도 시기상 좋지 않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하이닉스 매각은 일단 국내 투자자들 가운데 인수 희망자가 없었기 때문에 해외 매각이나 과거처럼 서서히 시장에 물량을 내놓은 경우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중 해외 매각은 중국기업을 빼곤 희망자가 없을 것으로 보여 쉽지 않은 만큼 매각에 더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