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롯데그룹이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또 한 명의 '홍보맨'이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됐다.
장병수(58ㆍ사진) 롯데그룹 홍보실장(전무)는 이번 인사와 함께 계열사인 롯데 자이언츠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
지난 2001년 약 20년의 언론인 생활을 접고 '기업의 입'으로 통하는 롯데쇼핑 홍보이사로 홍보업무에 발을 들인지 만 9년만에 계열사 대표이사에 취임하게 됐다.
이번 인사에서도 승진이 예상됐지만, 그룹 대변인 자리에서 한국 프로야구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대표이사라는 중책을 맡게 된 것.
롯데자이언츠의 경우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이번 인사에서 장 대표가 비록 승진명단에 포함은 되지 않았지만 신 부회장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 주요그룹의 홍보실장에서 계열사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대표적인 사례는 오랫동안 삼성그룹의 대변인 역할을 하다 제일기획 사장으로 취임했던 이순동(63ㆍ사진) 삼성사회봉사단장을 들 수 있다.
이 단장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지난 1981년 삼성전자에서 '홍보맨'으로 변신한 이후 25년 이상 삼성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이 단장은 삼성 홍보역사의 산 증인으로 승진을 할 때마다 '홍보인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함께 했으며, 지난 2007년에는 삼성 전략기획실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제일기획 사장과 삼성 브랜드관리위원장을 거친 후 현재는 경영일선에서는 한 발 물러섰지만 그룹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사회봉사단 사업을 총괄하는 삼성사회봉사단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다른 경우로는 김 진(57ㆍ사진) 두산베어스 사장. 김 사장은 지난 2005년 8월 국내 대기업에서는 처음으로 홍보담당 사장에 오르면서 두산 베어스 사장으로 부임했다.
이 때부터 두산베어스 대표이사와 두산그룹 홍보실장 역할을 겸임했지만, 2008년 말 그룹 홍보실장의 자리를 현 김병수 전무에게 넘겨주고 두산베어스 운영에만 전념하게 됐다.
김 사장은 2008년 말 두산그룹 출입기자단과의 마지막 오찬에서 "1998년부터 그룹 홍보일을 하면서 아찔한 순간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추억으로 남아 시원섭섭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 사장이 그룹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동안 두산그룹은 낙동강 페놀 사건과 그룹 구조조정, 총수 일가의 소위 '왕자의 난' 등 굵직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홍보실장은 정부부처의 대변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자리"라며 "그룹 총수와 주요 경영진 등 의사 결정선상의 최측근에 위치하다 보니 최고경영진들로 부터의 신뢰가 두터운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계열사 대표이사로 취임,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훌륭하게 계열사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