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의 대우건설 인수 의지는 결국 '허언'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대우건설 인수를 재추진하겠다고 나섰던 미국계 투자회사인 TR아메리카(TRAC)가 22일까지 금호그룹이 요구한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금호그룹 고위관계자는 "전날(22일)까지 TRAC가 채권단이나 그룹쪽 어디에도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TRAC의 대우건설 인수재추진 의사에는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TRAC는 지난 15일 일부 언론을 통해 산업은행 사모펀드가 제시한 주당 1만8000원보다 많은 주당 2만원에 대우건설 인수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TRAC의 제안이 작년의 것과 큰 차이가 없는데다 여전히 인수능력 및 인수의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금호그룹은 지난 17일 "TRAC가 대우건설 인수를 재추진하려면 22일까지 투자확약서(LOC) 제출을 완료하고 이달말까지 이행보증금 5%를 먼저 납입해야 협상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TRAC측을 압박했다.
TRAC은 금호그룹이 투자확약서 제출일로 못박은 22일에도 일부 언론을 통해 대우건설 인수의향서 및 금호측이 요구하는 관련 자료들을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지키지 않았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TRAC측이 언론을 통해 인수 의지만 밝히고 있을 뿐 그룹과의 협의는 거의 없었다"며 "내부적으로 TRAC와는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채권단 역시 TRAC와 협상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금호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그룹측이 내건 조건들을 이행할 경우에만 TRAC와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 금호산업 워크아웃 계획 장기화 우려
대우건설 매각 문제가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금호산업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추진도 지지부진하다.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의 버티기가 계속돼 채권단과 FI의 협상시한도 다음달 5일로 연기됐다.
현재 재무적투자자 대부분이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 안에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1~2곳은 여전히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들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및 금호산업 정상화 방안에 동의한다면서도 채권단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고 있다"며 "이번 주말까지 최대한 설득하되 늦어도 내달 5일까지는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FI와의 합의가 도출되도 문제다.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풋백옵션 해결 방안은 산업은행이 전략적투자자(SI)를 포함한 사모펀드(PEF)를 구성해 대우건설 주식 50%+1주를 1만8000원에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재추진하겠다고 나선 TRAC는 진정성에 의문이 있고 인수 추진을 추진했던 STX그룹은 5일도 채 안돼 인수포기를 선언했다.
특히 STX그룹의 인수포기는 무리한 M&A 시도에 대한 시장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향후 대기업의 대우건설 인수참여에 부담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STX그룹의 포기로 현재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표명한 국내 기업은 동국제강 정도지만 시장에서는 동국제강에 대해서도 인수능력 면에서 의문을 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TX그룹의 시장의 반대로 포기한 시점에서 다른 대기업들이 섯불리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우건설 문제가 신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금호산업 구조조정에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 법정관리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