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 따른 세계적 불황으로 26년래 최저치까지 곤두박질쳤던 일본 증시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2일(현지시간)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 지수는 1만1300선에 육박하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어느새 지수는 2008년 10월1일 이래 1년 반 전의 수준에 근접해 가고 있다.
지난해는 리먼브러더스 쇼크의 후유증으로 최악의 시기를 보냈지만 천천히 회복세를 되찾고 있는 일본 경제와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기업들 입장에서 주가 회복은 실적과 재무체질 개선으로 연결되는데다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4월 1일부터 시작된 2010 회계연도, 일본 증시는 어디까지 반격할 수 있을까.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나고, 낙관 속에서 성숙하며 행복감 속에서 사라진다”
지난해 세계 증시의 반전은 그야말로 월스트리트의 격언을 실감케 했다.
지난 한해는 각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위기로 쑥대밭이 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대미문의 재정지출과 금융완화로 동분서주한 1년이었다.
덕분에 세계 증시는 1년 전보다 50% 가까이 회복됐다. 그러나 일본 증시는 이보다 1년 늦은 지금에서야 같은 기간 37%의 상승폭을 기록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주요국 가운데 일본증시만 유달리 강세장 대열에 뒤늦게 합류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국정운영의 불안정을 꼽았다. 작년 8월말 중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54년래 첫 정권교체를 실현했다.
그러나 시장은 새 정권에 대한 불안감으로 크게 요동쳤다. 여기에 달러당 엔화가 80엔대까지 진입하며 기업들의 실적을 압박했고 정부와 금융당국의 디플레이션 방치도 주가를 끌어내렸다.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대형증자에 나서면서 주가는 맥을 못췄다.
지난해 12월 일본은행이 긴급대출 확대 및 디플레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점차 녹기 시작했다.
동시에 엔화 강세도 한풀 꺾였고 대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되면서 외국인들이 귀환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12월 이후 총 3조엔 넘게 매수폭을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다이와증권 캐피털마켓의 기노우치 에이지 펀드매니저는 “2009년도는 위기탈출의 해, 2010년도는 전세계가 출구전략에 발을 내딛는 해”라고 말한다.
미국과 중국의 출구전략을 시행하면 일본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엔화 약세 시나리오가 부상한다. 위안화를 비롯해 아시아 통화가치가 상승하면 엔화에는 더 없는 호재라는 것. 노무라 증권에 따르면 달러당 1엔이 하락하면 주요 400개 기업의 경상이익률을 0.7% 밀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미국은 올해 안에 금리인상이 관측되는 한편 중국은 이미 지급준비율을 끌어올려 긴축에 나선바 있다.
그러나 일본 증시의 랠리를 저해하는 복병도 숨어 있다. 우선 금융기관에 대한 자기자본비율을 4%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자기자본규제 강화로 금융기관들이 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또 올여름 치러질 참의원 선거도 증시에는 방해요소다. 일본에서는 참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해는 주가가 약세장을 연출한다는 징크스가 있다. 여기에 전세계에서 1000만대의 대량 리콜로 치명타를 입은 도요타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해외 악재로는 유로화 문제와 미 상업용 부동산 악화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일본 증시가 자력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내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