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기업 마인드로 학원 경영 통할까?

입력 2010-04-13 09:11 수정 2010-04-1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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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통한 대학 경쟁력 강화…시장경제 논리만 쫓으면 부작용 커

두산그룹이 인수한 중앙대의 구조개혁 바람이 거세다. 학문 단위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없는 학과가 통폐합되거나 새로운 학과가 생겨나고 있다.

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기업의 경영전략이 대학에도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그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써온 두산그룹의 경영 마인드가 중앙대에도 적용,기업경영식 구조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앙대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모집단위 광역화와 단과대 통폐합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통과시켰다.

구조조정안은 교과 내용이 중복되거나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학과를 통폐합하고,실용 학문을 강화하며 국제사회가 선호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방침 아래 마련됐다.

즉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의 대표적인 기업경영 전략으로 두산그룹이 지난 1년간 힘써온 경영 마인드이기도 하다.

이는 두산그룹의 경우 경기 불황기를 대비해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한 선제적 구조조정(선택)과 함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스코다파워를 인수(집중)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 왔기 때문이다.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이 취임 후 "백화점식 학과를 과감히 정리하고 시대 변화에 맞게 재편하겠다"며 대대적인 수술에 나선 것도 이같은 기업 마인드에 기반을 뒀다는 평가다.

또한 인재를 중시하는 두산의 경영전략이 대학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두산의 경영전략중 기본은 2G(Growth of People, Growth of Business) 전략으로 '사람의 성장을 통해 사업의 성장을 이끌고 다시 사업의 성장을 통해 나온 가치로 사람의 성장을 유도한다'는 선순환적 개념이다.

따라서 이같은 경영 마인드가 대학에 접목되면서 기업이 요구하는 글로벌 소양을 가진 인재양성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기업에선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지만 정착 대학에서는 기업이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찾기 어려웠다"면서 "그러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화두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근래 들어 대학간 생존 경쟁이 격화되면서 경쟁력 없는 학과를 통폐합하는 것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 시작됐다.

성균관대는 그 동안 삼성그룹과 연계해 석사 과정인 휴대폰학과,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학과,두바이학과로 불리는 초고층 장대교량학과,보험금융(MBA) 계약학과 등과 학사과정인 반도체시스템공학 전공을 운영해 왔다.

이들 학과 졸업생 가운데 취업희망자는 100% 삼성그룹에 취직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공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기업이 시장경제의 측면에서만 대학을 바라볼 경우 오히려 대학의 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학의 기업화를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실용만을 강조할 경우 빚어질 부작용으로 대학 지원 예산이 '친기업적'·'인기가 높은' 학과·단과대에 편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경제싸이클이 변해 정작 필요한 인재를 더 이상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2007년과 2008년 해외자원개발 붐이 불었지만 이미 기업의 경쟁력 논리로 오래전 학과가 통폐합돼 우수 인력의 부재라는 문제로 이어지까지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대에 부합해 그때 그때 필요한 인력만을 양성하겠다는 기업식 논리는 자칫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진정한 경쟁력 확보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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