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후보에 포함된 가운데 실제 약정 체결 여부를 결정지을 핵심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을 약정 체결 후보에 포함시킨 것은 현대상선의 실적부진이 직접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그룹은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현대상선, 현대로지엠(전 현대택배)가 순환출자구조를 이루고 있어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은 그룹에 직접적인 리스크를 안길 수밖에 없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을 약정체결 후보로 올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56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는 2008년 5조8915억원에서 6조6470억원으로 급증했고 부채비율도 196%에서 284%로 뛰었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 보면 약정체결 후보로 올릴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게 채권단의 시각이다. 채권단은 지난해에도 현대상선의 실적부진을 이유로 현대그룹을 약정체결 후보군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현대상선이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올 1분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이다. 당초 대부분 전문가들은 현대상선의 턴어라운드시기를 빨라야 2분기 늦어지면 하반기 정도로 예측했었다.
현대상선은 올 1분기 매출 1조7500억원에 영업이익 116억원을 달성해 흑자전환했다. 다만 환율변동에 따른 장부상 외환환산손실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지만 이는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치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현대상선은 1분기 턴어라운드에 이어 4월 실적도 월별 실적으로는 사상최대치였던 2008년 월평균 489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실적만 놓고 보면 약정체결 대상에 포함될 사유가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약정 대상이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어서 일단 약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한진그룹도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지난해 4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지만 2008년부터 2009년 3분기를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약정을 맺었다.
일단 약정을 체결하게 되면 채권단의 지도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부채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같은 자산을 팔거나 그룹의 비핵심사업을 정리할 수도 있다. 또한 현대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를 비롯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데도 제약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상선의 재무상황이나 펀더멘털은 매우 우수하며 특히 2분기 미주 컨테이너 운임인상이 마무리되면 실적 회복세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이 재무구조 약정체결 대상 후보군에 오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현대상선이 예상보다 빠른 턴어라운드를 토대로 현대그룹을 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