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에게 MP3를 사주기로 한 직장인 차지영씨. 퇴근 전 스마트폰을 통해 집근처 A마트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확인한 후 아이가 원하던 제품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마트에 들러 구매한다. 쇼핑을 마친 차씨는 매장에 방문해서 느꼈던 불편사항을 스마트폰에 적어 A마트에 전달한다.
#2. 유통회사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이성진씨.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다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씨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장바구니를 확인한다. 아내가 낮에 저장해 놓은 청바지 목록들 중 하나를 결정해 구매버튼을 누르고 카드로 결제를 한다.
스마트폰이 대한민국 유통지도를 바꾸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 백화점, 마트,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으로 명확하게 구분됐던 유통업계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등장으로 바빠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의 등장이 유통업계의 '진화'였다면 스마트폰이 열어젖힌 세상은 '혁명'이라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대한항공회의소에서 열린 ‘스마트폰, 유통, 모바일 커머스’ 세미나에는 기업인 약 500여명이 참석했다. 상의회관 신축이후 최대 인원이 몰렸다고 하니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만하다.
이날 세미나 내용의 핵심은‘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유통의 주도권이 생산자, 전달자 중심에서 소비자에게 완전히 옮겨갔다’는 점이다.
또 가장 빠른 시간내에 스마트폰이 유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단순히 유통의 한 새로운 분야가 아니라 기존 유통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는 선언이다.
예전에는 MD의 추천상품을 수동적으로 받아 들이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상호 정보교환을 통해 스스로 제품을 선택하거나 배제할 수 있는 환경이 스마트폰에서는 구현됐다.
또 공급자들이 제공하는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중 자신의 관삼사만을 따로 바탕화면에 저장해 활용함으로써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생산자는 소비자들이 찾아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어플리케이션'이라는 통로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감으로써 스마트폰이 소비자와 생산자의 적극적인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김승식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최근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적시형, 맞춤형을 중시하는 소비문화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국내 유통업계도 스마트폰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온라인몰이다. G마켓을 시작으로 한 온라인몰이 작년 11월부터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시작했고, TV홈쇼핑도 지난달 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백화점업계는 아직 스마트폰 마케팅이 미미한 상태다. 롯데백화점은 오프라인으로 제공하던 상품 정보를 담은 전단지를 어플리케이션으로 제작해 제공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지난달 정부가 인터넷 상거래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해제한 이후 카드사들이 스마트폰 전자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GS샵과 G마켓,인터파크 등이 스마트폰 카드결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나머지 온라인 오픈마켓과 홈쇼핑업체들도 이달 중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카드결제 서비스가 시작되긴 했지만 아직은 30만원 이하의 소액결제만 가능하다는 점은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
오픈마켓과 달리 TV홈쇼핑이 운영하는 인터넷몰의 경우 3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이 많기 때문에 상품구성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어플리케이션용 메인 화면에는 30만원 미만의 제품 위주로 전시하고 있다.
또 아직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다는 점도 제한요소이다. 4월말 현재 KT와 SKT의 스마트폰 가입자는 165만명 정도다.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수가 4400만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의 위력은 이미 업계에서 입증되고 있다. 성장속도가 4년 전에 시작한 모바일몰 서비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이다.
이승재 GS샵 마케팅팀 과장은 “스마트폰 서비스 이후 며칠 만에 하루 접속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며 “모바일몰이 4년간 이룬 성과를 단 1주일만에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모바일몰은 4년 동안 접속자수는 물론 실제 구매율도 정체돼 있지만 스마트폰은 매일 성장세가 눈에 확연히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헌배 대한상의 국제표준 팀장은 “앞으로 2년내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20%를 넘어서고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기반 서비스 활용도 급격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중요한 마케팅 채널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