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뿐 아니라 전세시장에서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아파트 매수자들이 사라진지는 오래 전 얘기고 세입자마저 실종되고 있다.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는 가운데 올해만 32만여가구(수도권 17만가구)에 이르는 입주물량 폭탄이 터지자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하락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이런 현상은 서울과 신도시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서울 전세가가 주간기준(5월 마지막주)으로 16개월만에 내림세로 반전됐고 수도권 신도시와 인천 전세가격도 하락했다. 서울 성북구와 은평구는 뉴타운 신규 입주물량의 여파로 인해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지면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올 초 매매거래가 끊겼다는 성북구 일대 중개업소에서는 전세거래마저 뜸하다고 하소연이다.
이에 따라 전세값도 하락하고 있다. 길음동 뉴타운푸르지오 109㎡(33평형)과 하월곡동 삼섬래미안 80㎡(24평형)은 같은 기간 1000만 원 떨어진 1억 8500만 원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은평구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올 초에 공급된 아파트들도 현재까지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은평뉴타운 3지구가 다음달 입주를 기다리고 있어 전세가격 하락폭이 심화될 태새다. 갈현동 라이프시티 102㎡(31평형)와 증산동 덕원 50㎡(15평형)의 전세시세가격은 각각 1억1250만 원, 7800만원으로 전주대비 1000만 원 내렸다.
지난 주 약세를 보였던 노원구, 광진구, 서초구 등도 거래부진에 따라 전세가격 하락조짐이 보이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주공2단지 60㎡(18평형)의 전세가격은 7750만 원으로 한 주간 500만 원 가량 내림세를 보였다. 상계동 주공1단지 66㎡(20평형)도 지난 주에 비해 250만 원 하락한 1억750만 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신도시는 세입자 구경하기가 더욱 힘들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수도권 신도시는 일산이 -0.05%의 변동률을 보이고 있고 경기도 산본(-0.02%)과 평촌(-0.02%)까지 하락장에 합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 하락이 집값을 추가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간 집값 폭락을 막는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전세가격마저 하락한다면 시장을 지지해 줄 방패막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주택가격 하락에도 매매가격이 급락하지 않았던 것은 전세가격 상승이 완충작용 해줬기 때문이다"면서 "이런 효과가 사라진다면 매매가격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분양팀장 역시 "연말에 3차보금자리 주택공급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거래활성화를 위해 특별한 조치를 내놓지 않는 이상 서울과 수도권 거래시장은 더욱더 악화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커플링 현상이 용인이나 고양에서 쏟아져 나올 하반기 입주물량 폭탄에 주목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매물을 대량으로 풀면 매매가와 전세가 동반하락 현상이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견해다.
심지어 전세 등 임대수요를 통해 금융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전세가 하락 부담으로 매물을 내놓기 시작하면 시장이 걷잡을 수 없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집값 상승을 견인할 동인이 없다. 규제라는 정책의 틀이 바뀌지 쉽지 않아 금리도 올릴 예정이어서 시장이 더 어두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매매가와 전세가 하락 현상이 시장이 바닥에 다가왔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 연구소장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도 매매가와 전세가 동반하락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수개월지나 시장은 반등했다"며 "학습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