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종휘 행장 "조건 안 맞으면 비씨카드 지분 안 팔아"

입력 2010-06-17 10:33 수정 2010-06-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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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 일정도 정해지 것 없어... 신한카드 "우리은행 보유지분 가져와야"

우리은행과 신한카드가 비씨카드 지분 매각에 대해 "KT가 내세운 조건과 가격이 안 맞을 경우에는 매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KT가 비씨카드 지분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우리은행과 신한카드가 협상 가격과 조건이 맞을 경우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실질적으로 인수하기까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전망이다. 특히 전량매각이 아닌 일부 5~10% 정도의 지분만 매각하겠다는 계획이어서 KT가 비씨카드의 최대주주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종휘 우리은행 행장은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음주 KT와의 양해각서(MOU) 체결 일정이 없으며 우선 매각 여부는 실무적인 차원에서 기존대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며 "KT가 내놓은 조건과 가격이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매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없었던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KT가 내세운 조건에 따라 비씨카드 지분 매각을 생각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KT와 MOU를 맺더라도 넌 바인딩(Non-binding) 계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넌 바인딩 계약은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KT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제시한 세부적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비씨카드 지분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KT와 계약을 맺는 방식은 넌 바인딩으로 구속력 없이 서로 전략적인 업무 제휴를 맺는다"며 "그 내용 안에 지분 매각이 들어갈 예정이지만 조건과 가격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신한카드와 KT가 맺었던 MOU와 비슷한 방식이다. 신한카드도 지난 2월 KT와 업무적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현재까지 비씨카드 지분을 매각하고 있지 않다.

신한카드 고위 관계자도 "KT에게는 우리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확보한 후 다시 이야기하자고 한 상황"이라며 "비씨카드 지분 매각이 크게 절실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조건과 가격 면에서 시간을 두고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모두 넌 바인딩 계약을 통해 인수전의 판세를 살펴볼 전망이다. KT가 세부적인 조건을 충촉하지 못할 경우 양측 모두로서는 "할만큼 다 했지만 KT가 인수 조건을 채우지 못해 팔지 못한다"는 명분을 획득할 수 있고 KT의 체면도 차리게 해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기존 '팔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팔 생각도 있다'고 전환한 이유로 KT 이석채 사장이 우리은행의 보유지분이 있어야 신한카드의 비씨카드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며 우리은행을 설득했기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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