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배정 방식 증자를 하는데 (대주주인 효성그룹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지요. 오히려 효성그룹은 이번 증자를 통해 (진흥기업)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시장은 좋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위기를 지나 2014년이면 시공능력 평가 20위권내로 도약해 효성그룹 건축사업의 한 축이 될 것입니다."
건설업계는 말그대로 빈사상태다. 미분양 아파트가 수두룩하게 쌓여 있지만 침체된 거래시장에 사려는 사람이 없고 그나마 믿고 있던 공공발주 물량도 이제 정부 예산이 바닥나고 있기 때문이다. 큼지막한 해외공사를 수주하고 있는 대형건설사들은 그나마 버틸만 하지만 중견건설사들은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이미 살생부 명단에 포함된 20개 중견건설사들이 조만간 정리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돈다. 피가 마를 일이다. 중견건설사 중 하나인 진흥기업 이종수 부회장(대표이사)의 인터뷰 일정을 잡으면서도 본지의 마음이 가볍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 진흥기업 본사 3층 접견실에서 만난 이 부회장의 얼굴 표정에서 어둑한 구석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인터뷰 내내 미소와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최근 건설업계 근황과 진흥기업의 미래, 또 건설인으로서의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이 사고 있는데요.
▲주가 500원대는 완전히 바닥이다. 지난해 대표이사로 취임했을 때 900원 정도 였지만 이전에는 1400원까지 오른 적도 있다. 지난해 클린컴퍼니를 진행했는데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 그 뒤로 건설사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면서 주가가 많이 빠졌다. 이달에 증자한다고 공시를 내보냈는데 내부 준비가 늦어져서 발표가 늦었다. 지금 주가는 바닥이다.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건설사는 수주가 먹을꺼리다. 작년에 1조원 올렸고 올해 1조5000억원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절반(7000억원)을 해놓고 있다. 내년에는 매출로도 이어질 것이다.
-증자는 언제 하는지요.
▲다음달 20일 예정하고 있다. 먼저 주주배정부터 하고 실권주가 나면 일반공모를 다시 한다. 효성그룹이 뒤에 버티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발행가액 500원은 매력적인 가격이다. 효성그룹으로서도 진흥기업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주주배정 공모를 한다는 것 자체가 효성이 (증자에)참여한다는 소리 아닌가. 그런데도 효성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니 이해할 수 없다.주가를 조작해 수익을 챙기는 작전세력의 영향도 있지 않나 의심이 된다. (퇴출 명단은)빨리 발표하는 게 좋다. 불필요한 소문만 커지기 때문이다.
-실권주가 발생한다면.
▲(효성이) 인수할 것으로 알고 있다. 실권주를 일반주주들이 모두 사들이면 다행이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대주주가)나서는 거 아니냐. 자연적스럽게 그렇게 될 것이다.
-효성그룹 지원이 기대되나요.
▲그룹사 자체 물량은 적다. 중국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이고 베트남과 브라질쪽에 공사를 하고 있다. 물량은 적지만 그래도 효성그룹이 기존 건설계열사(효성건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흥기업을 인수할 때는 건설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최근 비전 2014년을 발표했는데.
▲2008년 효성이 인수한 뒤로 그간 어수선한 내용을 정리하는 기간이었다. 이제 도약해보다는 것이다. 효성그룹의 건설사업의 한축을 맡으려면 지금 이 정도로는 안된다. 매출 2조원은 올려야 건설 계열사로서 위상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불가능하지 않다. 현재 사정은 물론 어렵지만 그래도 국내 건설시장이 100조원 규모는 된다. 시장점유율을 높이면 안될 일도 아니다. 해외시장도 단계적으로 진출할 것이다. 올해 매출 777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고 직원들과 의욕적으로 해보자는 취지에서 (비전선포를) 했다.
-살생부 명단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회사는)언론에서 한 줄 나거는 것으로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 차입금 없는 회사는 없다. 금융기관에서 차입금 회수하겠다고 하면 어떤 건설사가 견디나. (내가) 현대건설 사장할 때도 회사채가 1조3000억원 정도 였다. 회사채 만기 연장만 막혀도 견딜 수 없다는 소리다. 이 달에 평가하고 발표 한다는데 그간 회사사정이 더 어려워져 소문으로 퇴출명단에 오른 회사는 문을 닫고 있다. 진흥기업은 증자를 한다는데도 악의적인 소문이 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
-은마아파트가 8억원대로 폭락하는 등 극심한 주택시장 침체는.
▲나아질 것이다. 그동안 경험했지 않는가. 싸이클이 있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정부가 정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부동산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판단한다면 정책을 유지할 것이고 경기를 살리려면 다른 방법을 쓸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주택시장이 지나치게 정부정책에 희비가 갈리는 것 아닌가요.
▲건설업체도 자성을 해야한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내용을 보고 사업을 해야 하는데 수요가 없는 지방에 너무 많은 중대형 아파트를 지어 놓았다. 자성 해야한다.
-정부가 자성해야 한 점은 없는지요.
▲거래가 꽉 막혔다. 거래 숨통을 터달라고 몇년전부터 요청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을 옥죄고 있어 거래가 터지지 않 것이다. 지금은 '집값이 거품이냐 아니냐' 인데 은행은 집값만 높으면 부실해질 염려가 없어진다. 자산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격이 낮아지고 있고 대출도 60%까지 밖에 내주지 않는다. 훗날 부실채권이 발생할 것을 염려해 대출도 많이 뽑아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형건설사 틈바구니에서 특화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준비하고 있다. 틈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가격정책 뿐이다. 또 품질도 손색이 없어야 한다. 진흥기업은 공공공사나 LH공사가 많아 주어진 설계대로는 잘 지어도 소비자가 원하는 집을 짓는 능력은 부족했던 것 같다. 가격과 품질로 떨어지는 브랜드를 만회하려고 한다.
-주택건설로 특화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다. 이제 주택건설시장도 재편될 것이다. 주택이라는 게 디벨로퍼(개발) 개념으로 가야한다. 지금은 디벨로퍼와 시공사의 분리개념이 모호하다. 이제 주택하는 사람들은 디벨로퍼 개념으로 가고 건설사는 시공으로 나뉘어져야 한다. 지금은 디벨로퍼가 유명무실하고 건설사가 디벨로퍼 임무까지 다 떠 안고 하고 있는 것이다. 진흥기업은 주택만 할 수는 없다. 건축과 사업포트폴리오를 나눠서 토목과 건축도 반반씩 할 것이다. 플랜트쪽과 해외시장도 공략 대상이다.
-최근 주눅들지 않는 한국의 기술축구가 화제인데요. 한국건설도 많이 바뀌었나요.
▲축구나 건설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1980대 유럽 구미업체들과 건설에서 게임이 안됐다. 기자재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기자재부분도 개발되고 특히 엔지니어들이 유럽친구들하고 같이 일해보니까 꿀릴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히려 우리가 앞서 간다. 구매, 시공 등 우리가 뒤질 게 없다. 예컨데 철골같은 것을 국내에서 제작.조립해서 해외로 나간다. 기둥이 먼저오고 다음에 보가 오고 하듯이 순서대로 일을 착착 진행한다. 유럽은 이런게 아직 부족하다. 여기에 우리가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유럽선수들과 어울리다보니 주눅들지 않는 것이다. 다만 원천기술과 라이센스가 없다는 게 약점이이.
-선진국은 따라잡기 쉽지 않고 중국.인도는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는데요.
▲특히 국내 최저가입찰 제도를 바꿔야 한다. 기술로 승부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게 만든다. 1990년대 현대건설 매출은 같은 계열사인 현대중공업(2조원)이나 현대자동차보다 많았다. 해외 매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현대차, 현대중공업은 3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해외 비중이 중공업은 90%, 자동차는 60%가 넘는다. 그간 기술개발로 해외수출을 많이 했다는 얘기다. 반면 건설은 기술개발을 못하게 하는 제도 때문에 뒤쳐졌다. 기술개발 없이 로또처럼 공사를 나눠주니 이렇게 된 것이다. 플랜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라이센스와 원천기술이 없고 설계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다 그런 것이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발전소를 건설 한다면 건물은 물론 토목, 건축 등 모두 다 할 수는 있다. 제조 기술자들을 불러들여 설치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전체 설계 메커니즘을 모르니까 시운전할때 망한다. 공사를 총괄해서 전체적인 개념을 플랜트 공사에 집어넣어야는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예컨데 어디가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야 하는데 메커니즘이 없으니 제 각각 이다. 나로호도 같은 문제가 있어지 않은가 생각된다. 국가 대표 기업을 키우려면 기술을 개발하도록 국내 입찰제도부터 손질해야 한다. 대형업체는 해외시장과 해외기술 분야로 나가고 중견기업은 도로나 아파트 등 구태여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없는 분야를 가져가는 게 맞다고 본다.
대담 = 방형국 부국장 겸 경제.부동산 부장 bhk@
정리 = 김성배 기자 sb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