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의 영향으로 세계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러시아가 올해 곡물생산 전망을 추가로 하향조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9일(현지시간) 회의에서 현재 곡물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의 곡물 생산 전망치를 6000만~6500만t으로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이달 초 현재 곡물연도의 곡물 생산 전망을 9000만t에서 7000만~7500만t으로 낮춘 지 일주일 만에 내려진 조치인만큼 수출금지 조치가 장기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푸틴 총리는 “수출금지 조치의 조기 종료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가을 작황에 따라 15일부터 연말까지 예정된 곡물 수출입 금지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의 올해 수확량은 6500만t이었던 200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푸틴 총리는 러시아 국내에서 7800만t의 곡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우선 자국민을 걱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자국내 수요를 우선하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세계 3대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는 최근 불볕더위와 가뭄, 산물로 1000만헥타르의 농지가 피해를 입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도 가뭄의 영향으로 잇따라 올해 생산 전망치를 하향하고 있어 역내 생산감소가 곡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곡물 생산 감소는 러시아 정부의 경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형 투자은행인 알파은행은 “곡물 가격 상승으로 올해 러시아의 인플레율은 당초 예상보다 1.7%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인플레율을 7% 정도로 보고 있었지만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러시아의 7월 제조업지수도 최근 4개월만에 최악으로 하락했고 대형 자동차 메이커가 생산을 잠시 중단하는 등 경기 회복을 견인해 온 생산에도 영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