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이 최근 항공유와 휘발유를 생산·판매하는 등 석유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정유업계가 '적법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정유업계는 삼성토탈이 엄연히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석유사업법상 정제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토탈은 나프타를 분해하는 석유화학 제품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을 이용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정제업은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석유사업법 해석을 보류함으로써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토탈은 지난달 항공유 3만t을 싱가폴에 수출한 데 이어 최근 휘발유 5000t을 생산해 호주 등에 수출했다. 사실상 삼성토탈이 석유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본격화한 것이다.
이에 앞서 삼성토탈은 지난 5월 "에너지 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고급휘발유와 항공유 등 석유제품을 생산해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삼성토탈이 석유제품 판매를 본격화하자 시장에선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석유사업법상 고급휘발유나 항공유는 석유제품에 해당되는 만큼 정유사와 마찬가지로 '정제업'에 등록해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제업'으로 등록될 경우 석유생산계획량의 45일분에 해당되는 저장시설과 비축의무를 가져야 한다. 여기에 수입관세 부문도 논란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논란은 지난 10일 지식경제부에서 석유업계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불거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삼성토탈이 생산하는 항공유나 휘발유가 석유화학제품의 부산물 개념이고 내수 시장에서 판매하지 않고 전량 수출하고 있는 만큼 정제업 등록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삼성토탈은 항공유와 휘발유를 기존 정유사가 해왔던 원유를 정제하는 방식이 아닌 나프타를 분해하면서 나온 부산물을 가공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형평성 측면에서 삼성토탈의 정제업 등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생산된 항공유나 휘발유가 내수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더라도 석유제품을 생산하면 정제업에 등록해야 하는 석유사업법령의 취지가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토탈의 시장 참여로 수출시장이 당장 영향을 받는 만큼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법적 테두리(정제업 등록) 안에서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유사의 이같은 지적은 향후 추가로 시장에 참여할 새로운 사업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토탈에게 정제업 등록의 예외를 인정할 경우 또 다른 석유화학사들이 유사한 형태로 석유제품 생산에 나설 경우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간 제조 원료의 관세 차별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정유사가 석유제품 생산 원료로 도입하는 원유에는 3%의 관세가 부과되는 반면 삼성토탈의 생산원료인 나프타는 무관세가 적용되면서 똑같은 석유제품을 생산하고도 관세 부담이 차별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와 삼성토탈은 두 차례의 미팅을 가졌지만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편 삼성토탈의 정제업 등록 의무 여부를 판해야할 담당부처인 지경부는 입장 결정을 '보류'한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삼성토탈과 정유사 간 입장이 상충되는 데다 정제업 등록 요건을 규정한 석유사업법의 해석을 놓고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기술적인 판단이 필요한 만큼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토탈이 정제업 등록과 관련해 법률 검토 용역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향후 삼성토탈의 입장을 다시 전달 받은 뒤 논의를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