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엔고 역풍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수출기업들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어 그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수출 기업들의 엔고 부담은 과거와 다름없지만 1980년대 이후 엔고 국면을 몇 차례 거치면서 내성이 강해져 충격이 다소 완화됐다고 23일 분석했다.
엔화는 지난 11일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84.72엔까지 상승하며 1995년 7월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기업들은 서둘러 올해 상정환율을 수정하는 한편 정부와 중앙은행도 동향을 주시하며 대응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수출기업들이 엔고로 입는 타격이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의외의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달러에 대해 엔고가 1엔 진행되면 올해 경상이익 1.0%가 줄어든다. 지난 1999년에는 1엔 엔고로 경상이익이 2.1% 감소했다. 이는 10년간 엔고가 제조업에 미치는 충격이 대폭 약해진 것을 반영한다.
신문은 일본 제조업계가 엔고에 대한 내성이 높아진 것과 관련, 해외 생산 확대를 최대 이유로 꼽았다.
일본 내각부 조사에서는 제조업의 해외 생산 비율은 1995년도 현재 8.1%였지만 2009년도에는 17.8%로 높아졌다. 이 가운데 자동차 등 가공형 제조업이 해외 생산의 25%를 넘었다. 전체의 4분의 1 가량이 해외 생산으로 이전된 양상이다.
신문은 일본 수출기업들이 엔화 결제 비중을 늘린 통화전략을 구사한 것도 엔고에 대한 내구력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이 수출에 사용하는 결제 통화 비율은 올해 상반기 현재 달러가 48.6%, 엔이 41.0%였다.
지난 2000년 하반기 시점에는 달러 52.4%, 엔 36.1%로 10년간 엔화 기준 결제가 대폭 증가한 것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다이이치 생명경제연구소의 구마노 히데키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기업 내 거래가 국제화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로 그룹 내 거래가 증가했음을 의미하며, 수출의 중심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옮겨지면서 굳이 달러로 결제할 필요성이 낮아진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본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인만큼 제조업체들이 계속해서 엔고 압력에 시달릴 경우 일본 경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신문은 우려했다.
엔고 현상이 계속되면 고용이나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가 일본 국내는 공동화 현상이 강해져 가뜩이나 약해진 일본 경제를 한층 짓누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08년도 현재 일본 기업의 해외 현지 법인 고용자수는 452만명으로 1995년도의 233만명에서 2배가 늘었다.
제조업의 해외 현지 법인의 설비투자도 1995년도의 1조7000억엔에서 2008년도에는 3조6000억엔으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