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권의 해외 침공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중국 3위 은행인 중국은행(Bank of China)의 샤오강 회장은 "금융위기 후 글로벌 환경은 중국 은행권의 해외시장 확장을 위한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중국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샤오강 회장은 "견실한 중국 은행들이 해외진출을 가속화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대형 국영은행의 수장이 해외 인수합병(M&A)을 독려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은 중국 당국의 급격한 정책적 변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7년 말 중국 국영기업과 투자기관이 ABN암로와 포르티스, 씨티은행 등 서방 금융기관에 했던 투자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맞아 막대한 손실을 입자 중국 금융권의 해외 M&A를 사실상 금지해왔다.
궈톈융 중국 중앙재경대 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 은행권은 수년 전에 처음으로 해외 확장전략을 조직해 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그 흐름이 주춤했었다"면서 "은행들의 해외확장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교적 타격을 덜 입은 중국 은행들이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저평가된 해외기업 자산에 눈독을 들일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공상은행과 건설은행, 농업은행 등은 시가총액에서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고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등 실적도 양호하다.
공상은행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2690억달러(약 303조원)로 전 세계 상장은행 중 1위를 기록했고 지난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38% 급증했다.
중국기업들의 해외 M&A가 가속화되는 것도 은행권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지난 상반기 중국기업의 해외 M&A는 전년의 2배에 달하는 30건을 기록했다.
중국이 최근 위안화의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도 은행권의 해외시장 진출전략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인민은행은 최근 위안화 해외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안화 국제화를 통해 중국의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그에 따른 규제완화도 확대돼 은행권의 해외진출이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구시장 진출이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은 부담이다. 이는 은행권이 개발도상국들에 초점을 맞추는 배경이 될 전망이다.
샤오강 회장도 “은행들은 빠르게 발전하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남미 등 신흥국 시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이들 신흥국 시장은 중국 은행들이 경쟁력 우위를 누릴 수 있고 중국 은행의 진출에 대한 문화적 거부감도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