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이 10월 24일 개점 80주년을 맞는다. 1930년 남대문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자리에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지점이 문을 연 이후 강산이 여덟 번 변한 것이다. 올해는 30년간 신세계그룹을 이끌었던 이명희 회장의 장남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의 전면에 등장한 해이기도 하다. 신세계는 대한민국 유통사의 중심축으로 성장하며 올해 자산총액 12조4380억원으로 재계 순위 22위까지 올라 왔다.
신세계가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된건 1963년 동방생명(삼성생명 전신)이 동화백화점을 인수한 후 신세계백화점으로 상호를 변경하면서부터다. 남대문 본점 하나로 업을 이어오던 신세계는 1986년 영등포점을 열며 다점포시대를 열게 된다.
그러나 롯데백화점에 밀려 항상 2인자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던 신세계는 1991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후 유통 1인자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새로운 업태를 선보이게 된다. 신세계는 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이마트 1호점을 내면서 대형할인마트 시장에 진출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조367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통맞수 롯데의 할인마트 보다 약 5조5000억원이나 많은 수치다. 백화점 부문에서의 약세를 상쇄하고도 남는 액수로 신세계의 현재 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백화점 부문도 최근까지 계속된 리뉴얼과 점포 확장으로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3월 롯데의 본거지 부산에 세계 최대 백화점인 센텀점을 열고 개점 첫해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본점과 강남점, 영등포점을 차례로 리뉴얼하며 지역 1번점으로서 쇼핑과 문화를 모두 즐길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그룹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의 총괄대표로 선출되면서 신세계 개점 80주년은 새로운 도약의 해로 주목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개점 80주년을 맞아 연초부터 고객제일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이마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고 백화점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동시 온라인 사업의 확대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자”고 했다.
정 부회장은 경영의 전면에 나서면서 유통기업의 본질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올초의 대형마트‘10원 전쟁’을 일으킨 것과 백화점 ‘지역1번점’전략은 모두 이런 경영이념에 따른 것이다. 이런 전략에 따라 신세계는 올 상반기 6조9915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보다 14%나 성장했고 특히 백화점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8.5%의 최고 성장세를 구가했다.
그러나 과제는 남아있다. 대형할인마트와 백화점의 시장 포화 상태가 진행되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하다. 신세계는 부산 센텀점에 이어 대구에도 환승역사에 복합몰을 만들 계획이다. 백화점 부문은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복합쇼핑몰 형태의 출점을 하고 있고 이마트는 국내 확장이 더딘 상태다. 롯데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반면 신세계는 온라인몰의 강화 외에는 뚜렷한 미래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5년전 이명희 회장의 목표는 2013년까지 세계 유통 10대 그룹 안에 드는 것이었다. 업의 본질에 따른 가격경쟁, 지역1번점, 온라인몰 강화와 더불어 새로운 전략이 80주년을 맞는 날 제시될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과 임원, 백화점 유공자 등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22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홀에서 개점 8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