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사명(社名) 딜레마에 빠졌다. 회사의 주력사업이 변화하면서 기존 사명과 현재 회사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을 때 보통 문제가 된다. 이 경우 기업들은 사명을 바꿀 것인지, 그대로 둘 것인지에 대한 손익계산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린다.
결국 기존 사명을 유지하기도 하고 회사의 새로운 이미지에 맞게 사명을 변경하기도 한다. 해외와 국내의 사명을 다르게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국내 석유화학 대표기업인 SK에너지는 2011년부터 SK이노베이션으로 불리게 된다. 지난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내년 1월1일자로 석유사업과 화학사업을 독립법인으로 분할함에 따라 지주회사가 되는 존속회사의 명칭을 SK이노베이션으로 바꾸는 안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란 사명은 분할 이후 SK에너지 존속 법인의 향후 역할을 반영했다.‘혁신’을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사업화하고 기술을 개발해 나간다는 뜻에서‘이노베이션’이 사명으로 결정된 것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SK이노베이션’은 외부 전문 컨설팅 및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사명”이라고 밝혔다.
SK에너지 뿐 아니라 최근 사명을 변경한 기업이 여러 곳 있다. 한화석유화학은 지난 3월 한화케미칼로 사명을 변경했다. 홍기준 사장은“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과 신사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3대 통신사업자 중 하나인 LG텔레콤은 지난 6월부터 LG유플러스라는 새로운 이름이 명함에 적혔다.
유무선통신 서비스가 주 사업인 통신사가 텔레콤이라는 사명을 과감히 버린 이유는 탈(脫)통신 기업으로 출항하며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와이파이존 대폭 확대, 차세대 LTE망 조기 구축, 기업시장 강화, 통신요금 인하 등 새 전략도 내놨다.
이들 업체가 기업의 새로운 방향을 나타내기 위해 사명 변경을 택한 반면 그대로 이름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제일모직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이 회사를 빈폴이란 브랜드를 갖고 있는 패션기업으로,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직물기업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화학과 반도체 등 전자소재관련 사업이 회사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9년 매출액 기준으로 패션은 26.8%에 불과하다. 직물은 거의 미비하다고 볼 수 있는 1.9% 수준이다. 반면 케미칼과 전자재료를 합한 매출액은 전체의 70%를 넘는다.
이 때문에 사명변경 논의가 내부적으로 종종 있어 왔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삼성 이름이 들어간 회사를 원했고 외부 사람들이 보기에 뭐 하는 회사인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며“하지만 검토결과 현재의 사명을 유지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당시 사명변경으로 들어가는 예산이 적지않다는 보고를 받은 최고경영진이 ‘그 돈으로 연구실을 더 짓거나 인재를 뽑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사명을 변경하지 않으면서 국내외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해외와 국내의 사명을 다르게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웅진코웨이는 국내에서는‘코웨이’정수기,‘케어스’공기청정기,‘룰루’비데·연수기 등으로 분리돼 있는 환경가전 브랜드를 해외시장에서는 단일 브랜드인‘코웨이(Coway)’로 통합해 마케팅하고 있으며 기업명 역시 동일하게 표기하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도 해외에서는 한경희 사장의 영문이름을 딴‘한(HAN)’이란 사명과 브랜드명으로 마케팅 하고 있다. 제일모직도 해외에서는‘삼성’이란 이름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