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단행될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건희 회장의 ‘젊은 조직론’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려면 대폭적인 물갈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젊은 조직론’이 ‘물리적인 나이가 젊은 조직’을 말하는 것인지, ‘생각이 젊은 조직’을 말하는 것인지 아직도 삼성 내부에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두 가지 가능성 모두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동안 이 회장이 경영화두를 던질 때 자세하게 말한 적이 없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발언도 원론적 차원은 아닐 것으로 해석하는 쪽이 우세하다.
이 회장의 ‘젊은 조직론’이 물리적 의미의 ‘젊은 조직’이라면 60대 이상의 대표이사가 재직 중인 계열사들의 연말인사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현 사장단 진용이 60대 초반부터 50대가 주류라는 점에서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큰 폭의 교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재용 부사장이 전면으로 등장하고 이부진, 이서현 등 삼성가 3세들의 역할이 확대될 경우 전체 사장단 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유화계열사의 K상무는 “그룹 내부에서도 이 부사장을 비롯한 자녀들의 경영행보가 빨라지면 지금까지 삼성을 이끌어왔던 최고경영자들의 대거 퇴진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삼성가 3세들이 완전하게 자리잡을 때까지 멘토 역할을 할 최소한의 인원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장단 인사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08년과 2009년 두해에 걸쳐 쇄신에 가까운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CEO급의 평균 연령이 대폭 낮춰진 상태에서 또 다시 쇄신 인사를 단행할 경우 조직의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조직문화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인물들의 창의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조직이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는 논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창의성은 투자와 각종 실험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창의성에만 촛점을 맞추면 기업의 제1 목적인 ‘이윤창출’이 퇴색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올해 인사는 ‘안정성’과 ‘창의성’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재계의 시선이 사장단 인사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젊은 조직으로 가기 위해서는 사장단이 아닌 임원진의 평균 연령이 얼마나 낮아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