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생한지 일주일의 지났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29일 아침부터 연평도 마을 곳곳에서는 “연평면은 통합방위 을종사태 선포 지역이니 가급적 통행을 삼가달라”는 경고방송이 울려 퍼졌다.
현재 섬에 남아있는 주민은 전체 1400여명의 2.9%인 41명이며, 여기에 관공서 직원 67명, 취재진 140여명, 재해복구인력 25명 등을 더해도 300여명에 불과하다.
섬이 고립될 때를 대비한 식량도 있고 포격 이후 육지로부터 상당량의 구호물자가 반입된 데다 전기와 수도도 복구돼 실제생활은 그리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주민들은 북한이 언제 다시 포격을 가해올지 몰라 불안에 시달리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심지어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듯 전쟁이 나도 좋으니 어떻게든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는 주민도 있었다.
50대 주민 황모씨는 “차라리 전쟁이 나버렸으면 속이 편할 지경이다.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밥맛도 없고 소화도 안 된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황씨는 “어제도 대피 소동이 벌어졌는데 이게 하루 이틀에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도 계속 이럴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육지로 대피한 주민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천의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주민 곽용재(40)씨는 생후 4개월 된 딸을 끌어안은 채 지친 표정으로 이리저리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곽씨는 “23일 포격 직후 형의 어선을 타고 대피해 이튿날 찜질방에 들어왔는데 아이가 열이 나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1주일만 돼도 지치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연평도에서는 최근 며칠 사이 처음으로 여객선을 통해 섬에 들어온 주민이 빠져 나간 주민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철영 연평면 상황실장은 “오늘 배편으로 15명이 들어 왔는데 이중 왕복표를 끊은 사람은 5명뿐이라 10명이 실거주를 위해 들어온 셈이다. 같은 배로 나간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한 주민은 “피난 생활이 힘든 데다 한미연합훈련이 벌써 절반이 지나가는데 북쪽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등 재도발이 없을 것 같으니까 조금씩 들어오는 사람이 생기는 것 같다”며 “빨리 상황이 안정돼 모두들 돌아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연평면은 이번 사태로 집을 잃은 주민을 위해 소방방재청과 재해구조협회가 짓고 있는 임시주거용 목조 조립주택이 30일 완공되며, 한동안 중단됐던 유류판매도 30일부터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