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추가 협상에서 ‘자동차 부문이 얻은 것이 없고, 잃은 것이 많다’는 평가 속에 일본 자동차 업계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이 더 커지게 됐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일본의 이같은 반응은 한·미 FTA 결과, 관세철폐 기간이 4년 유예됐으나,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급속히 강화돼 한국차의 약진에 날개가 달릴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협정 발효후 한국차 가격경쟁력 높아져=일본 마이니찌신문은 5일 한·미 FTA 타결 이후 일본 산업계가 더욱 초조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일본차와 경쟁구도를 갖추고 있는 한국차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더욱 늘려나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신문은 “한국의 경우 2011년 7월 한·EU FTA 발효와 함께 거대시장 미국에서도 관세철폐 등으로 유리한 경쟁 조건을 갖추게 됐다”고 보도하고 “반면 일본은 미국과는 교섭테이블에 조차 앉지 못하고 있는 등 한국 정부와 한국차의 전략에 크게 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혼다자동차의 이토 다카노 부사장의 발언을 인용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차는 일본차에게 위협적”이라며 “지난 2009년 미국 자동차시장은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21%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현대차는 가격경쟁력 등을 무기로 주요 메이커 중 유일하게 8.9%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올 2분기 미국시장에서 일본의 닛산자동차 판매를 앞지르는 등 일본차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산케이신문 역시 “세계 최대시장에서 한국 차회사와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한미 FTA로 인해 불리한 싸움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판매는 일본 도요타의 35% 수준에 머물러있다. 그러나 지난 11월 기준 현대차는 45%의 성장세를 기록한한 것과 달리 도요타는 마이너스 3% 성장세를 기록해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여전히 점유율에서는 일본차가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미국시장에서 일본차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이프 가드 대비 현지생산 증설 대두=5일 우리 정부가 밝힌 한미 FTA 최종 합의 결과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산 승용차에 물리는 관세(2.5%)는 종전 즉시 또는 3년 뒤 철폐에서 ‘발효 4년 뒤 일괄 철폐’로 연기됐다.
또 미국에서 한국산 자동차 수입이 급증할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세이프 가드’ 규정이 새로 도입된 게 국내 자동차업계로서는 수입 확대의 장벽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미국 알라바마와 조지아 등 현지공장의 생산시설을 늘려 ‘세이프 가드’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또 국산차가 미국시장에서 본격적인 관세혜택을 누릴 수 있는 향후 4년 뒤를 위해 구체적인 전략 마련에도 나섰다.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미국차에게 우리 안방을 내줬다기보다 미국차의 안방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이 더 절실하다”는 견해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기 시작한 현대·기아차의 경쟁력 뒤에는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친환경을 위해 배기량을 줄이는 엔진의 다운사이징’ 추세와 함께 지난 2008년 리먼쇼크로 인한 ‘경제적인 차량의 선호도 상승’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형차와 작은 엔진의 경쟁력이 강했던 현대차가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