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휴대폰 메이커이 '탈(脫)갈라파고스'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지난 6월 애플이 투입한 ‘아이폰4’가 순식간에 일본 휴대폰 시장을 장악한 것은 굴욕의 서막에 불과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섭게 점유율을 늘려온 아이폰4는 10월 들어 겨우 1위 자리를 내줬다. 새롭게 왕좌에 앉은 메이커는 샤프 후지쯔 등 일본 메이커가 아닌 삼성전자의 ‘갤럭시S’였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BCN에 따르면 ‘갤럭시S’는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의 홍보와 영화 스타워즈를 본 딴 CF에 힘입어 순식간에 1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최근까지 해외 시장과 공통점이 거의 없던 일본 시장에서 이처럼 외국 기업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일본 휴대폰 업계에 큰 전환점이 도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최근 분석했다.
일본 휴대폰 시장은 NTT도코모가 외국의 통신방식과 호환성이 없는 방식을 채용함에 따라 거의 독자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세계 시장에서도 기술면에서는 일정의 평가도 받았다.
일본의 단말기는 이미 10년 전에 인터넷 접속 기능을 실현했고 디지털카메라나 컬러화면 도입에서도 외국 기업들보다 수년은 앞서 있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휴대폰을 통해 자동판매기로 음료를 사거나 항공권 예약도 가능하다. 또 고화질 TV를 보는 일도 더 이상 특이한 광경이 아니다.
얼핏 보면 일본 휴대폰 시장의 생태계는 풍부하고 독자 노선을 추구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존의 생각을 뒷받침한다고 여기기 십상이다.
사실 외국과 차별화함으로써 일본 휴대폰 메이커는 그 개체 수를 늘릴 수 있었고 현재 진행 중인 업계 재편이 끝나도 5개사나 살아남았다.
그러나 일본 메이커들이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사이 일본 휴대폰 업계는 심각한 갈라파고스화가 진행됐다고 FT는 지적했다.
일본 메이커들은 뒤늦게 통신방식을 미국과 유럽 방식으로 바꾸고 세계 흐름에 동참했지만 통신방식을 글로벌 방식으로 통일하면서 밀려드는 외국산 휴대폰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외국 단말기 메이커들은 단말기 판매대수가 3500만대에 달하는 일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의 갤럭시S가 인기를 끄는 것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먼저 겨냥했기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히토쓰바시 대학 이노베이션센터의 나가오카 사다오 교수는 “세계적인 기술 경쟁을 면할 수 있었다 해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라며 일본 휴대폰 업계의 갈라파고스화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연구 개발 투자 비용을 회수하려면 세계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 만일 일본 시장에서만 제품을 팔려 한다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메이커들은 늦은 만큼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나소닉은 오는 2012년 해외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한다. 파나소닉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샤프도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태블릿PC ‘갈라파고스’로 고립된 섬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