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속도가 아니라 창의성이다

입력 2010-12-14 11:31 수정 2010-12-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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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수석부국장 겸 산업1부장

(이석중 수석부국장 겸 산업1부장)
거북이의 경주에 대한 두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 철학자 제논이 말한 거북이와 아킬레스의 경주다.

두 경주에서 거북이가 모두 승리하지만,그 의미는 크게 다르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는 발걸음이 빠른 토끼가 거북이를 멀찌감치 따돌리자, 잠시 쉬었다 간다며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고 만다. 그 사이에 느릿느릿 기어온 거북이가 토끼를 추월해 결승점에 먼저 도달하게 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근면과 성실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언급되던 우화다.

제논이 말한 거북이와 아킬레스의 경주에 대한 얘기는 터무니없는 억지논리지만, 나름 의미가 있다.

제논은 아킬레스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에서 느린 거북이가 10미터 앞에서 출발한다면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도저히 추월할 수 없다는 역설이다.

논리는 이렇다.

아킬레스는 초속10m로 달리고, 거북이는 초속 1m라고 가정하자. 아킬레스가 1초후 10m 지점에 도달할 동안 거북이는 1m를 간다. 아킬레스가 또 1m를 가면 거북이는 그보다 0.1m를 앞서게 되고, 이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지만, 거북이를 앞지를 수는 없다는 궤변이다.

이 논리는 거북이와 아킬레스가 순차적으로 달린다는 전제 하에서다. 시간의 동시성이 배제된 것이다. 초기 정보화시대 시장 선점 효과의 중요성에 비견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이기려면 토끼처럼 빨리 달리되 쉬지 않아야 한다. 또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이기려면 같이 출발하거나, 먼저 출발하면 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젊은 삼성’을 표방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방법을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회장은 토끼처럼 방심하지 않겠다는 점에서 세대 교체를 택했다. 아킬레스처럼 늦게 출발하지 않기 위해 미래전략실을 만들어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총괄토록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의 이같은 선택은 시대 흐름에 제때 대처하지 못해 추격자들에게 추월당한 일본 기업의 경우가 타산지석이 된 듯 하다.

가전왕국으로 불렸던 소니의 몰락이 그렇고, 상당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구 1등 기업들을 모방해 열심히 따라갔으나, 정작 1등에 올라서는 그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한 것이다. ‘패스트 팔로우(Fast Follower)’로서의 역할에는 성공했지만,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지는 못했다.

삼성도 대표적인 패스트 팔로우라는 점에서 이같은 위기감을 느꼈을 법하다.

반면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와 인터넷 백과사전 설립자인 지미 웨일스는 대표적인 퍼스트 무버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CEO로 복귀한 이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라는 히트상품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IT업계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특히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출현은 기존 IT 산업의 대변혁을 불러오고 있다.

아이폰이 나오면서 핸드폰 시장의 판도가 변했다. 아이패드의 성공은 더욱 괄목할 만 하다. 심지어 전자책 시장은 아이패드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애플이 처음 아이팟을 내놓았을 때 세계는 디자인의 성공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독창성의 성과라 인정한다.

지미 웨일스의 경우도 그렇다.

지미 웨일스가 처음 위키백과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세상은 그를 비웃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누가 귀중한 정보를 공개하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키백과를 시작한 후 10년이 지나자 전 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의 3분의 1에 가까운 3억8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매달 위키백과를 이용하며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을 먼저 한 성공사례들이다.

변화를 선택한 삼성이 물리적인 속도(Speed)가 아니라 창의성(Originality)으로 무장한 진정한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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