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종합소비자물가지수가 2년 만에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서민들의 식탁물가가 위협받고 있다. 급성장과 핫머니 유입을 배경으로 신흥국에서 문제되고 있는 식료ㆍ자원 인플레이션이 선진국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현지시간) 향후 동향에 따라서는 경제 활동이 정체된 가운데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작년 봄 이후 불거진 기상이변으로 일본에서는 야채 등 신선식품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지만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격상승 품목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설탕 가격이 급격히 뛰고 있다. 설탕 값은 남미 등 원산지의 기상악화로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과 신흥국 수요 급증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미쓰이제당과 다이닛폰메이지제당 등 메이커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두를 원료로 하는 식용유 업체들도 납품 음식점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용유 도매 가격은 작년 봄부터 소폭 상승해 현재는 16.5kg짜리 1통에 3200엔으로 작년 봄보다 14% 가량 올랐다.
국제선물시장에서 13년래 최고치를 경신한 원두커피 가격도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주요 커피업체인 키커피는 오는 3월부터 가정용 커피 가격을 15% 가량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제 밀가격 인상에 따라 닛신제분과 닛폰제분 등도 올 여름 밀가루 가격을 전격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휘발유 가격 역시 국제유가 상승을 배경으로 계속 오를 전망이다.
일본 석유정보센터가 집계한 결과,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17일 현재 리터당 137.1엔으로 작년 11월말보다 4.8엔 올랐다. 국제유가는 20일 현재 배럴당 88달러대로 작년 10월말 대비 9% 상승했다.
신문은 이 같은 움직임이 물가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10월 이후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로 돌아섰다. 종합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한 것은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식료나 에너지를 제외할 경우에는 전년 대비 0.9% 하락해 23개월 연속 마이너스로, 식료ㆍ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이 선명하다.
문제는 소비자 물가가 올라도 현재 일본의 디플레이션의 주원인인 수요 부족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임금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식료품 등의 가격이 오르게 되면 소비자의 실질소득이 줄어 수요가 한층 더 침체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할 경우 매출이 들어들 것을 우려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작년 12월 일본 기업물가지수는 소재ㆍ원자재의 경우 전년 대비 5.1% 급등, 이를 판매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기업 실적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