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를 비롯한 유명 디자이너들이 인조모피를 테마로 한 패션쇼를 열고 있어 주목된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샤넬의 수석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가 인조모피 열기를 주도했다.
라거펠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북극곰을 연상시키는 퍼소재 디자인을 지난해 가을 패션쇼 테마로 삼았다.
루이비통의 피터 코핑 아트디렉터는 크롭자켓의 끝단을 잘라 가디건과 인조모피로 덧댄 디자인을 최근 니나리치 파리 패션쇼에 선보였다.
색깔도 브라운 일색에서 탈피해 천박해보기까지 한 흰색, ‘나 가짜예요’ 라고 외치는 듯한 꽃분홍색, 요즘 한창 유행 중인 호피무늬 등 인조모피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외관을 거침 없이 시도했다.
코핑 디렉터는 “인조모피는 좀 더 쿨한 느낌”이라며 “짝퉁같지만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1년 가을 콜렉션에서도 인조모피를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니멀리즘 디자이너로 정평이 난 피비 필로 셀린느 크리에티브 디렉터도 오는 가을 콜렉션에서 곱슬한 인조모피를 이용한 코트를 선 보일 계획이다.
물론 이전에도 인조모피를 활용한 디자이너들은 많았다.
1950년대 프랑스 디자이너 앙드레 쿠레주는 당시 첨단합성 인조모피인 퍼(fur)를 이용해 기하학적인 의상을 디자인했다.
일본의 유명 패션디자이너 야마모토 요지도 진짜 같은 가짜 모피를 선보여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 디자이너들이 인조 모피를 진짜 모피를 대신하는 대체용품이 아니라 가짜라는 점을 오히려 활용한다고 WSJ은 전했다.
페이크 퍼(fake fur)로 모피의 외관을 따라 잡기 위해 애쓰기 보다 진품 모피가 줄 수 없는 가벼움, 캐주얼함, 유머스러움, 싸구려스러움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패션학교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의 패트리샤 메어스 큐레이터는 “패션가의 인조 모피 열풍은 마치 예술계의 한 흐름처럼 느껴진다”며 “디자이너들이 현실과 허구에 대한 개념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