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마음은 불편하기만 하다. 금융선진화, 글로벌화를 추진한다며 요란법석을 떨지만 CEO 인선을 둘러싼 잡음은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의 장기발전이나 후계자 양성 등은 뒷전인 채 정권 실세 또는 실세와 연줄이 닿은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는 모습이다.
매번 CEO 인선 때마다 되풀이되지만 올해는 더욱 그 정도가 큰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주주와 고객, 직원들은 사라져 버렸다. “3년 임기동안 처음 6개월은 업무 파악을 하고 1년 6개월은 열심히 일하지만 1년을 남겨두고 레임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회장으로) 누가 오더라도 오래할 수 있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는 한 금융지주사 직원의 푸념섞인 말은 이같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그동안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CEO들이 자기 후계자를 키우지 않은 잘못도 크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CEO 자리가 논공행상을 위한 전리품이 되서는 안된다.
흔히 금융업은 제조업 등 다른 산업에 비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흔들리지 않고 뚝심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CEO가 중요하다는 점에는 모두 동감할 것이다. 이제라도 관치·권력으로 부터 벗어나 말뿐이 아닌 진정한 주주와 고객, 직원 등 구성원을 진정으로 위하고 금융산업을 이끌 수 있는 CEO가 뽑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