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열석발언권, 고환율 정책, 미소금융, 대기업 압박 통한 물가잡기….’
현 정권의 대표적인 반시장적 정부 개입 사례다. 친기업·친시장을 내걸고 출범한 정부가 오히려 지나친 시장개입으로 시장의 기능을 축소시키고, 경제 메커니즘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전봇대 뽑기’를 필두로 출자총액제한 폐지 등의 성과를 내며 74.4%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관료 출신들이 경제정책을 맡은 후부터 정부의 시장 개입은 도를 넘어 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8일에는 당시 허경욱 재정경제부 제1차관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열석발언권’ 행사라는 명분으로 참석했고, 향후 정례적으로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과 관련해 한국은행을 통제하겠다는 얘기다.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정부가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금리조정 기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면서 파문이 일었다.
수출증대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부의 인위적 고환율정책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소비가 감소하면서 내수가 침체했다. 결국 서민의 주머니를 빌어 수출기업을 보조한 셈이다.
정부는 또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 가구에 저금리도 돈을 빌려주는 2조원 규모의 ‘미소금융’사업을 추진하면서 재계와 금융사로부터 많게는 3000억 원에서 적게는 500억 원까지 출연토록 했다. 정부가 해야 할 서민지원 사업을 재정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진출연’이라는 명분 아래 대기업과 금융권 돈으로 충당하는 ‘신종관치’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불안한 물가를 잡기 위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 보니 다시 기업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통신·정유업계는 물론 백화점·대형마트 등 산업계 전반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식경제부는 국내 대형마트 3사 관계자들에게 세무조사를 빌미로 가격 인하를 협박(?)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강제적으로 물가를 잡으려고 하면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가 생겨 상인들은 틈만 나면 물가를 올릴 구실을 찾고, 노사갈등이 발생하고, 자원 배분이 왜곡된다”며 “이런 과정은 이미 1990년대에 겪은 것으로 정부가 세월을 20년 전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기대인플레이션 율이 상승하면 명목금리가 실질금리보다 올라 갈 수밖에 없고, 금리가 상승하면 가계 대출 압박이 커진다”면서 “주가도 조정받고, 임금도 올라가는 등 경제비용이 상승하고, 경제가 수축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