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핵 공포 우려에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자 개미들의 빚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나흘간 증시 장중 변동폭이 50포인트에 이르자, ‘마음급한 투자자’들이 빚을 내서라도 증시에 베팅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빚거래가 성행할수록 신용잔고가 늘기 때문에 이같은 분위기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지만, 증시가 장기 조정국면에 들어설 경우 빚투자는 결국 반대매매로 인해‘깡통계좌’로 변하기 십상이라 시장우려감이 가중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본 지진 사태 이후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미수금 잔액은 2100억원으로 지난주 평균 1430억원에 비해 무려 7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약 1% 가량 증가했다.
미수거래는 주식결제 대금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단 3거래일간 대금을 대신 지급하는 것으로, 자칫 투자수익을 거두지 못할 경우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주가급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으로 반대매매가 속출하면, 이는 주가 낙폭을 확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공매도 사전작업 성격이 있는 대차잔고도 올해 누적 7조원을 넘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김승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형주 중심으로 공매도가 이뤄져 부담이며 대차잔고가 늘어나는 것 역시 잠재적 공매도 물량이라는 측면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증권사들은 외상거래가 증가하자 신용거래 이자율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신용융자 만기연장, 대차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슬그머니 빚투자를 조장하는 모습이다.
현재 15일 이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우리투자증권 5.9%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삼성증권(6.5%), 하이투자증권(6.5%), 대우증권(7%), IBK투자증권(7%), 이트레이드증권(7%), 한화증권(7%), 현대증권(7.2%), 한국투자증권(7.5%), 신한금융투자(7.5%), NH투자증권(7.5%), SK증권(7.5%) 등의 순이다. 반면 KTB투자증권(12%), 키움증권(12%), KB투자증권(11.7%) 등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신용융자 이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A증권사는 기존 대차거래 서비스와 달리 주식대여에 관한 증권회사와의 사전 협의 절차 없이, 실시간 매도 주문이 가능한 서비스를 실시했다. 대차거래 수요를 늘리기 위함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신용융자도 주가상승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한 방법이지만, 아직 국내외 주요변수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며 주가변동성이 계속적으로 확대되면 투자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 등 리테일쪽 영업망을 늘리기 위해 다소 위험한 신용영업을 강화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신용 한도금액 등이 초과된다고 해도 금융당국이 제재조치만 취할 뿐, 법적으로 감독하는데는 한
계가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신용융자 잔액은 2008년 말 1조5060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말 5조9740억원, 지난 16일 현재 6조87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