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출간된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애기하면 세계 경제 위기의 원인을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의 심화와 미국 정부의 과도한 신용 제공에서 이라고 진단했다. 이 두 가지는 다른 여러 원인과 서로 얽혀 있다. 그 원인들 하나하나를 저자는 단층선, 즉 ‘폴트 라인’이라 하고 이들이 한꺼번에 충돌해 폭발한 것이 서브프라임 경제 위기를 몰고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근본적인 폴트 라인은 무엇인가? 그는 단언한다.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의 심화라고.
왜 소득 불균형이 어떻게 금융 위기의 원인이 되었을까? 그 원인은 미국의 사회안전망과 경기 순환이 전과는 다르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다면 위기를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경기 순환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이뤄진다면 위기가 닥치더라도 더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부실한 미국의 사회안전망이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미국의 사회 안전망은 최고 선진국 사이에서 가장 부실하다는 것. 지금까지 미국 사회에서는 지원을 늘리면 의존적이고 게으른 빈곤층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사고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사회안전망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시원찮은 실업급여 안전망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전체 근로자의 90% 이상이 실업급여 대상에 해당하지만, 막상 실업자가 되었을 때 실제로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40% 정도에 불과하다.
저자는 고용 없는 경기 회복과 정치적인 압력이 모든 문제를 유발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다시말해 과도한 신용 제공과 깊이 관련돼 있는 경기 순환의 변화, 즉 고용 없는 경기 회복 경제에 큰 문제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경기 부양책을 도입했음에도 고용이 늘지 않으면 정부는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도록 장려하는 차원에서 저금리 정책을 채택하는데, 금융계가 이러한 상황을 재빨리 이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저자는 쉬운 대출이 문제를 키웠다고 꼽는다. 그러면 그 대출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빌려주겠다며 미국 대출 수요자 앞에 줄을 선 그 돈 중 일부는 미국에 상품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동시에 국내 소비 촉진을 통해 금고를 가득 채운 국가들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예컨대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서브프라임 모지기 대출자에게 빌려준 돈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 사는 치과의사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었다.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원칙대로 하자면 라스베이거스 대출자의 신용을 확인하고, 그 대출의 모든 법적 조건에 하자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출 상환금도 제때에 회수해야 하고 혹시 부도가 날 경우 적절한 조치도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그 치과의사가 직접 한다면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 게다가 서브프라임 모지기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부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수적인 민간투자자들이 꺼리는 대상이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금융 위기를 가져온 원인뿐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대내외적으로 실천해야 할 일을 합리적이면서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