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분당 출마를 사실상 거절하면서 당내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정치행보를 대입하는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손 대표 출마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문학진 의원은 2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패배주의에 갇힐 게 아니라 자신을 던지는 모습을 보일 때 진정성에 국민이 감동한다”면서 “그게 바로 노무현의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깨겠다며 사지에 몸을 던졌다. 김두관도 그렇다”면서 “훑어봐도 다른 카드가 없으면 이젠 대표가 나서야 한다”고 출마를 종용했다.
김영환 의원도 같은 날 통화에서 “대표 측근들은 당락에만 집착하는데 여기에 연연하면 안 된다”면서“16대 총선에서 노무현은 부산으로 가서 떨어졌지만 16대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되돌아왔다. 김두관도 스스로를 사지에 내몰아 감동과 정치적 역동성을 낳았다”고 비평했다. 그는 이어 “손 대표가 분당에 가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이 부산 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대선에 나갈 당내 유일한 주자라면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친노 진영의 좌장인 이해찬 전 총리도 전날 손 대표가 참석한 한 행사에서 “다 버리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 노 전 대통령도 자기를 버렸다”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앞서 신학용 의원은 지난 23일 대표 특보단 간사 자격으로 ‘손학규 출마 4대 불가론’을 주장했다. 핵심은 “분당은 한나라당 텃밭이기 때문에 손학규가 아닌 누가 나와도 다 진다. 백전백패인 지역에 더 이상 흔들기를 목적으로 등 떠미는 출마 강권을 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회견에 동석한 이규의 부대변인은 “이제 논란이 가라앉을 것”이라 장담했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렀다. 비주류 측에서 간간히 제기한 내용을 대표 최측근이 공개적으로 반박함으로써 논란이 본격적으로 점화됐을 뿐만 아니라 발언이 패배주의를 근간으로 해 역공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된 것이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단상까지 대입되며 손 대표를 더욱 압박하게 됐다.
한 핵심당직자는 “해서는 안 될 기자회견이었다”면서 “패배주의 색채가 너무 짙었다”고 혹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왜 김두관 지사를 거론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파괴력의 차이”라면서 “손 대표가 곤혹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25일 “손 대표가 차기 주자 반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한 자릿수 지지도에 머물고 있고, 박근혜 전 대표 대비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위험부담은 현존하지만 이번 기회에 (분당에) 출마하지 않으면 대권주자로서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