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벌그룹들이 친인척 관계사들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를 대물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은 그룹 주력계열사의 물량을 주로 비상장 회사인 친인척 관계사에게 몰아주고, 이 회사는 고액의 현금배당을 통해 대주주 일가의 재산증식을 돕는 방법이 반복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재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범한판토스의 최대주주인 구본호(46.14%), 조금숙(50.86%) 씨는 현금배당을 통해 242억5000만원의 배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범한판토스는 지난해 매출 1조4575억원, 순이익 736억원을 기록했으며 250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해 배당성향이 34%에 달했다.
구본호 씨는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6촌 동생이며, 본호 씨가 대주주로 있는 범한판토스는 LG전자의 해외운송업무 등 LG그룹 계열사의 물류업무를 주로 맡아서 하고 있다.
특히 범한판토스는 지난 2008년과 2007년에는 각각 전년 순이익(2007년 111억원, 2006년 184억원)보다 많은 150억원(배당성향 135.1%), 185억원(100.6%)을 배당하는 등 오너 일가 재산증식을 위한 비정상적인 배당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도 계열사 내부지원아 아닌 오너 일가 지원이 나타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손자이자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아들인 장재영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비엔에프통상은 롯데백화점에 명품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엔에프통상은 지난해 1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또 2006~2008년까지 매년 20억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했다. 정 씨가 비엔에프통상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현금배당 전액은 정 씨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되는 구조다.
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돈이자 정의선 부회장의 장인인 정도원 삼표 회장도 올해 44억원의 비상장 배당부자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삼표는 정도원 회장이 지분의 99.79%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주당 1500원씩, 44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삼표는 지난 2007년에도 전년 순이익 61억원의 72.75%인 44억원을 배당하는 등 고액의 배당을 지속해 최근 6년간 정도원 회장이 배당금을 통해 확보한 수익만 240억원 가량이 된다.
이처럼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통해 오너 일가의 재산이 급증할 수 있는 이유는 재벌의 인척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에 대한 제재수단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그룹 내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형태는 공정거래법 등으로 제재가 가능하지만 그룹 계열사가 아닌 친인척 관계사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그룹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그룹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의 폐해에 대한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다”며 “편법적인 부의 상속이나 증여 등을 막기 위해서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를 계열사가 아닌 오너 일가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