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사인간의 거래와 모든 금융기관(대부업자 포함)의 최고이자율을 연 3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제 2금융권에서는 서민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려는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장금리 보다 과도한 이자제한은 오히려 서민을 불법사채의 늪으로 빠뜨릴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자를 낮추는 것에 원론적으로 반대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금융업계의 반발이 폭리를 영속하려는 수작이나 힘없는 서민을 앞세워 협박하는 모습처럼 밖으로 비쳐질까봐 걱정이 된다. 하지만 꼭 금융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서민금융 시장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업계가 왜 목청 높여 반대하는지 이해해주리라 생각한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일본의 최고이자율 인하 사례가 그 답을 말해주고 있다.
일본은 서민대출이 위축되고 불법 사금융이 창궐할 것이라는 경제전문가와 학계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과 변호사 단체의 맹공에 밀려 지난 2006년 12월 출자법의 최고이자율을 연 29.2%에서 연 20%로 인하했다. 그 당시 일본 대금업체의 평균금리는 연 23%였으니 시장금리 보다도 낮게 인하한 것이다.
그 후 3년이 지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만개에 달하던 등록 대금업체수가 3000여개로 대폭 감소했다. 영세업자 상당수가 등록증을 반납하고 블랙마켓으로 이동한 것이다. 대금업계의 총 대출잔고도 14조엔에서 8조엔대으로 46% 급감했다. 이 결과 불법사금융 피해는 이자율 인하 전보다 2배나 급증했다.
지난 2월 일본방송(NHK)은 최고이자율 인하 후 불법사채의 먹잇감이 된 영세 상공인들의 참상을 시사다큐 ‘추적’에서 낱낱이 고발했다. 올해 초 일본 경찰청은 불법사금융이 급증하고 있으며 그 수법도 신용카드 현금화업자, 귀금속 환금업자, 지인으로 위장한 불법사금융업자 등 단속이 어렵게 변모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제 2의 도시 오사카부는 최고이자율 인하로 서민과 자영업자의 자금줄이 막혀 파산이 잇따르자 오사카부를 출자법의 이자제한을 받지 않는 대금특구로 지정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일본의 서민금융은 시장금리를 무시한 최고이자율 인하 정책으로 순식간에 붕괴됐다. 그 대가는 처절하며 고스란히 서민이 짊어져야 할 몫으로 남아 버렸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는 급전에 고통받는 서민을 노리는 불법사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불럼버그통신의 유명 컬럼리스트 윌리엄 페섹은 이것을 보고 “이자율 제한은 야쿠자를 위한 입법이었다”며 개탄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본의 선례는 과도한 이자 제한이 오히려 서민이 대출받기 어렵게 만들고 불법 사채의 늪에 빠뜨린다는 것이 기우가 아닌 실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서민들의 이자를 낮춰 주려는 것도 좋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서민이 대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축소시키지 않는 전제하에서 이뤄져야 한다. 서민이 낮아진 이자로 대출받을 수 없게 된다면 그 무슨 소용이 있는가.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 급진적인 이자율 인하를 반대하는 것은 대부업계의 폭리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부업체의 원가금리(38%)보다 낮은 30%로 최고이자율을 제한하면 서민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불법사채만 배불리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최고이자율이 30%로 인하되면 서민금융기관 이용자 250만명 중 125만명 대출이 회수되고 그 중 65만명이 긴급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불법사채를 이용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고 이자율 인하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