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강하게 구제금융을 거부했던 포르투갈이 6일(현지시간)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국가부도 위기임을 시인했다.
막대한 재정적자에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국제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렵게 되자 백기를 든 셈이다.
포르투갈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당초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7.3%를 웃도는 8.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포르투갈은 지난 10년간 연 평균 경제성장률이 1% 미만으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성장속도를 보였다.
실업률은 지난해 4분기 11.1%에 달했다.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포르투갈 국채 수익률은 정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등해 자본 조달을 더욱 어렵게 해왔다.
포르투갈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8.804%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정부가 이날 발행한 1년물 국채 수익률은 5.902%로 독일 30년물 국채 수익률보다도 높다.
포르투갈 정부는 이달 15일과 오는 6월15일에 총 90억유로(약 14조원)의 규모의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포르투갈에 필요한 자금 지원 규모가 600~800억유로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정치권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포르투갈의 여소야대 의회는 지난달 23일 정부가 제출한 증세와 복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긴축안을 부결했고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는 즉각 사임의사를 밝혔다.
무디스는 지난 5일 포르투갈 국가 신용등급을 정크 등급 바로 위인 ‘BAA1’으로 강등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긴축정책이 제대로 실현될 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포르투갈은 오는 6월 조기 총선을 치르지만 총선 이후에도 복지 축소에 항의하는 국민들의 극심한 반발에 정치권이 긴축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한편 글로벌 시장은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신청을 불확실성의 해소로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 뉴욕증시는 이날 포르투갈 구제금융 발표 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외환시장은 포르투갈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초점을 맞춰 유로화 가치가 달러에 대해 1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