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국민들의 방사능 공포가 극심한 가운데 비행기 이용을 통한 방사능 노출에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평소에 지구 자기장과 두터운 대기 덕분에 태양에서 날아오는 우주 방사선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비행기가 상공으로 이륙하면 대기가 엷어지면서 우주방사능의 차단이 약화돼 방사능의 노출 정도가 높아지게 된다.
11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에 따르면 일반인은 연간 2.4mSv(밀리시버트)의 자연방사선에 노출되지만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나 항공기 승무원·조종사의 경우 이보다 훨씬 많은 자연방사선을 쬐게 된다.
비행기로 유럽을 왕복하면 0.07mSv, 뉴욕을 다녀올 경우에는 0.2mSv 정도의 방사선을 자연방사선에 추가로 받게 된다는 것이다.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는 경우 가끔씩 비행기에 탑승하는 사람에 비해 방사선이 배출될 시간이 부족해 체내에 축적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등의 여러 조사결과 승무원들의 암 발생률이 일반인에 비해 최대 2배까지 높았다. 남승무원은 직장암, 전립선암, 뇌암, 불임 등이, 여승무원의 경우 특히 유방암 발병률이 일반인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비행기 승무원의 연간 비행시간을 연간 80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항공사들의 북극항로(폴라루트)의 이용이다. 북미지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북극항로는 일반항로에 비해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방사선 노출량은 위도가 높을수록 태양과 가까워져 높아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외국 항공사들은 북극항로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으나 일부 외국 항공사들과 대한항공은 ‘구간이 짧아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운항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북극항로 운항시 노출되는 우주방사선의 양은 기존 미주노선의 항로들과 비슷하고 비행시간 단축에 따라 방사선의 노출량이 오히려 감소된다”며 “방사선 관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방사선 노출위험을 관리 중”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항공기 이용에 따른 방사능 노출의 심각성을 인식, 지난 2009년 항공운송사업자가 승무원의 연간 방사선 노출량이 6mSv를 넘지 않도록 상시 관리토록 하고 임신 또는 모유수유중인 여승무원은 지상 근무로 전환하도록 하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생활방사선법)이 국회에 제출됐다. 6mSv는 조종사가 인천과 뉴욕을 약 65~90회 비행 시 노출되는 방사선의 양에 해당한다. 이 법안은 또 항공운송사업자가 승객에 비행 중 예상되는 방사선노출량을 사전에 고지할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방사선법은 국회에서 2년 넘게 계류 중이어서 국회에서 국민들의 방사능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임시우 사무관은 “그동안 생활방사선법이 현안법이 아니라 후순위로 밀린 것 같다”며 “이번 4월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