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섬나라 사모아가 날짜변경선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옮겨 ‘세계에서 가장 해가 늦게 지는 나라’에서 ‘가장 빨리 뜨는 나라’로 변신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날짜 변경선을 조정해 24시간을 건너뛰기로 한 것이다.
사모아는 날짜변경선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 있는 주요 무역상대국인 호주와 뉴질랜드보다 하루가 늦어지는 시차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모아는 꺾여 있는 날짜 변경선을 올 연말께 직선으로 고쳐 지구에서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미국ㆍ유럽과의 무역을 중시하는 사모아 상인들의 움직임에 따라 날짜변경선을 나라 서쪽으로 옮긴 119년 전의 결정을 뒤집게 된 셈이다.
표준시간을 조정할 경우 사모아 수도 아피아와 호주 수도 캔버라와의 시차는 기존 21시간에서 3시간으로, 뉴질랜드와는 23시간에서 1시간으로 각각 줄게 된다.
투일라에파 사일렐레 말리엘레가오이 사모아 총리가 오랜 세월 이어온 자국의 전통을 변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투일라에파 총리는 지난 2009년에도 호주와 일본에 맞춰 자동차의 오른쪽 주행선을 왼쪽으로 변경했다.
이 같은 과감한 결정은 사모아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판단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모아는 최대 생산품목인 코코넛과 생선의 85%를 호주와 뉴질랜드에 수출하고 있고, 수입의 50%를 호주와 뉴질랜드에 의존한다.
투일라에파 총리는 현 제도에서는 “뉴질랜드나 호주와의 무역에서 한 주에 2일이나 손해를 본다”면서 ”사모아의 금요일은 뉴질랜드의 토요일이어서, 사모아 사람들이 일요일에 교회에 나가 있을 때 시드니나 브리즈번은 새로운 주를 시작하고 있다”며 표준시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시드니 소재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의 제니 헤이워드 존스 태평양 전문가는 “이번 변경은 당연한 것으로, 사모아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 “무역 상대국과 시차가 하루 늦어지면 업무상의 지장이 확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사모아 내에서는 표준시간 변경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자국과 호주ㆍ뉴질랜드에 나가 사는 사모아인 가족들이 편하게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 반면 관광업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해가 늦게 지는 섬’이라는 홍보 문구를 쓰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투일라에파 총리는 “날짜변경선을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사모아 제도와 미국령 사모아 사이로 옮기면 사모아에 온 관광객들은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중요한 날을 2일 연속 축하할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