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12일 마곡지구의 워터프론트 조성 계획을 대폭 축소키로 확정·발표하면서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키지도 못할 무리한 계획을 세운 탓에 시민들에게 허무감만 심어주고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서울시는 당초 마곡지구에 1조원의 예산을 들여 첨단 수변도시로 조성할 예정이었다. 특히 한강과 연계되는 주운수로 기능을 겸하는 공원과 수방시설, 상업·업무시설이 결합된 수변 복합공간을 조성해 서울의 명소로 가꿔나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와 부동산 침체로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경영난에 빠지고 외부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게 되자, 토지기반공사를 제외한 모든 공사가 중단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인근에 73억원을 들여 건설한 홍보관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이에 시는 지난해 8월 서울시가 마곡지구 개발의 핵심인 워터프론트 사업을 축소하거나 백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그로 부터 10개월여 만에 구체적인 개발 계획 축소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시에 따르면 당초 한강과 호수를 연결하는 수로 건설이 전면 백지화 된다. 이에 따라 요트 및 여객선 운행을 위한 갑문, 선착장 계획도 없던 일이 됐다. 올림픽 대로를 수로 밑으로 지하화하려던 계획도 보류됐다. 시는 이를 통해 약 2700억원의 사업비를 줄임으로써 마곡지구의 조성원가를 3.3㎡당 1000만원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마곡지구의 워터프론트 건설이 대폭 축소되자 그간 시의 장밋빛 전망을 바라보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실망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사는 조모(31)씨는 “마치 마곡일대가 천지개벽할 것 처럼 큰 소리 치더니 이제 와서 발뺌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 “공언에 대해 책임지는 시정을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근 부동산 값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도 들린다. 서울 서북권의 랜드마크급 주거지 및 첨단산업기지로 꾸며질 거란 기대감에 치솟았던 인근 땅값 집값 시세가 개발계획 축소로 인해 꺼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다.
강서구 방화동 H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시가 처음으로 마곡지구의 개발 계획 재검토 입장을 발표했을 당시 빌라 시세가 3000만~4000만원씩 떨어졌었다”며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시장 상황과 맞물려 몸값을 낮춘 실망 매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 촉진과 산업단지 조기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조성원가를 낮춰 공급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워터프론트 개발계획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토지 공급가격이 낮아져 기업 참여가 늘어나면 마곡지구 조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