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7일 “공직사회 비리 투성이다”라며 공직사회에 만연한 구태에 대해 참았던 불만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차관과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주요 참모까지 국정을 이끄는 70여명을 불러 놓고 최근 잇달아 터진 공직사회의 부정·비리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최근 공무원이 업체로부터 향응·접대를 받은 사실부터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관료주의, 전관예우 등 압축 성장을 거치면서 사회 곳곳에 배어 있는 부조리를 모조리 문제 삼았다.
이는 이명박정부 집권 4년차 하반기를 앞두고 일부 흐트러진 근무자세를 잡고 임기를 마칠 때까지 남은 국정과제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자리에 앉자마자 윗옷을 벗고 29분간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울 것을 주문했다.
원래 이날 워크숍은 민생 점검을 위한 토론의 자리였지만, 이 대통령의 노기 어린 지적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온통 나라 전체가 비리투성이 같다”면서 “오랫동안 잠재된 게 공정사회란 기준, 이러한 잣대로 보면 과거에 관행적으로 했던 것들이 전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인 출신인 이 대통령은 ‘을’의 시선으로 국토해양부 직원이나 검사들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접대받는 관행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나도 민간에 있을 때 을의 입장에서 뒷바라지해준 일이 있다”면서 “공무원이 연찬회 가면 업자들이 뒷바라지해 주던 게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돼 왔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그런 단체에 자기 사람들이 물러나면 회장, 부회장, 전무 이런 식으로 내보내고 흔히 그렇게 해왔다”고 전관예우 관행도 문제 삼았다.
또한 “법무부 검사들도 저녁에 술 한 잔 얻어먹고 ‘이해관계 없이 먹은 것이니 아무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교육부의 공무원들은 과장만 되면 대학 총장들을 오라 가라 했다”면서 “공기업에 일하는 민간 CEO(최고경영자) 출신은 공무원에게 시달리고, 국회에서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고 해서 평가가 좋게 나와도 떠나려고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공직자 출신이 오면 엔조이(즐기면서)하면서 일을 못해 놓고도 더 하려고 로비한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기성세대는 관행처럼 돼 왔던 것이지만 선진국 기준에 보면 전혀 안맞는다”면서 “여기 모인 사람들이 크게 각성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우리 행정부가 임기 말이니까 어쩌고저쩌고 하고 공직자들이 기웃기웃하면 국가를 위한 자세가 아니다”라면서 “나는 임기 초라는 기분으로 일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빗대어 공직자의 책임의식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에서는 투표해서 무자비하게 무조건 떨어져 나간다”면서 “우리에게도 그 정신이 필요하다. 공직자는 누구도 탓할 수 없고, 핑계를 댈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 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국무위원이 역사적 책임의식이 모자란 것 아니냐는 지적도 했다.
이 대통령은 “민간기업에서는 과장이 차장으로 승진하면 과장 때 정신으로 차장을 하지 않기 위해 교육을 새로 한다”면서 “국무위원은 보름 교육 거쳐서 발령 나면 그날 오니까 무슨 정신으로 해야 한다는 게 별로 없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들은 더 벌이지 말고 마무리하자는 데 보따리 싸는 사람처럼 하면 일이 안된다. 정권 초기에 취임한 장관처럼 열정과 희망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고칠 점도 있지만 괜찮다고 생각한다”면서 “장관이 되고 싶은 사람은 주소를 함부로 옮기면 안 되고, 해외 여행할 때 부인이 비싼 가방과 같은 명품을 사와서는 안 되겠다고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와 장관 내정자들이 인사청문회의 벽에 막혀 줄줄이 낙마했지만 이를 계기로 공직자의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점을 주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