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움직이면 멀리서도 그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조지 소로스는 유명세 만큼 악명도 높다. 영국 중앙은행을 굴복시킨 그의 일화는 투기판(?)의 전설로 남아있다.
1992년 소로스는 유럽 각국의 통화가 불안해진 틈을 타 영국 파운드화를 투매해 일주일만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벌어였고 당시 영국 언론은 그에 대해 ‘영국은행을 박살낸 투자자’‘세계 금융시장의 교란자’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소로스는 이에 “내가 남들보다 나은 이유는 나의 실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흐름을 읽고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는 것 같다. 유럽 정부들은 자신들이 범한 잘못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라고 반응했다.
그의 투자 신화(?)는 1997년 아시아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태국 바트화와 말레이시아 링기트화의 매도포지션을 취했다가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로부터 동남아 통화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받은 것이다.
그러나 소로스는 79년 자선단체인 '열린 사회 재단(Open Society Fund)'을 설립해 옛 소련 및 동구권의 순조로운 체제전환을 위해 매년 3억달러의 거액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동갑내기 투자가 워렌 버핏과 종종 비교를 당한다. 이들은 엇갈리는 세간의 평가만큼 투자 스타일도 다르다.
주식투자를 주로 운용하는 버핏은‘가치투자’의 대표주자다. 반면 소로스는 장기투자나 가치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매우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소로스는 통화시장과 선물시장에서 거대한 차입자본에 따른 주식 거래로 유명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기업의 가치보다 훨씬 싼 가격에 주식을 매입한 뒤 계속 소유하는 전략을 주로 구사하는 버핏과 달리 소로스는 이렇다 할 투자스타일도 없다. 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스타일을 바꿔가는게 특기다.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투자패턴이다.
소로스의 이러한 투자철학을 놓고 투자가 아니고 투기 라는 비난도 있지만 수익률만 놓고 본다면 그의 투자전략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소로스가 설립한 세계최대 헤지펀드인 퀀텀펀드는 지난 1969년 설립된 이래 26년간 연평균 35%의 수익배당금을 나눠줬다.
퀀텀펀드는 하루에 23%나 폭락했던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 7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도 그해 연말결산 때 14%의 고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피터 린치나 워렌 버핏 등 전설적인 투자자들도 거두지 못한 호성적이었다.
소로스가 투자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로스의‘재귀성(Reflexity) 이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재귀성 이론은 ‘세상은 불완전하다’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소로스에 따르면 경제실체와 금융시장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경제실체에 무언가 불균형이 생기면 그것은 시정되지 않고 날이 갈수록 확대돼가는 경향이 있다.
금융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되면 그 같은 움직임은 일단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잡게 되고 관찰자는 관찰대상에게 영향을 주고 관찰대상은 반대로 관찰자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이같은 재귀성 이론에 따르면 주식시장 움직임에 대한 투자자들의 생각이 기업수익이나 경기전망 등 주식시장의 실질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성립된다.
즉 개인투자자들의 생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고 이에 따라 경기나 기업수익이 영향을 받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장참여자와 시장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게 됨으로 시장의 내재가치와 시장가격은 항상 불균형을 이룰 수 밖에 없고 이 불균형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커지게 되면 실제와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하 반등이 일어나게 된다.
소로스는 이 대세 전환점을 기회로 잡아야 한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