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섬 사태에 이어 일본계 상장기업 네프로아이티의 유상증자 대금 횡령 사건까지 터지면서 외국계상장사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외국계 상장사들의 정보공개 불투명성과 함께 소액증자의 허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증시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본계 코스닥 상장기업인 네프로아이티는 지난 5일 경영권을 양수한 만다린웨스트의 박태경 부사장이 일반공모 유상증자의 청약증거금 약 149억을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18일 공시했다. 지난 14일과 15일 진행된 9억9000만원 규모의 소액일반공모청약에 몰린 청약증거금 149억원이 사라진 것이다. 소액유증은 통상 한계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주로 활용하는 방식인데 네프로아이티는 경영권 인수 호재와 함께 현재 주가보다 10%정도 저렴한 신주발행가를 무기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애초 공모액을 초과한 돈은 추후 투자자들에게 반환해야 하지만 박 씨는 증거금을 다른 계좌로 빼돌린 뒤 잠적했다. 이번 사태로 네프로아이티는 외국계 상장사 처음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리게 됐다.
문제의 심각성은 중국고섬 사태이후 중국계 상장기업 전체가 디스카운트됐던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 상장 외국계기업 전체로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외국계 상장사 관계자는 “코스닥상장사의 문제로 봐야지 외국계만의 문제로 보는 건 부당하다”면서도 “중국고섬 사태이후 주가 급락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뤘는데 이런 사태가 터져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국제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면서도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회계와 정보의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기업의 경우 전화번호가 수시로 바뀌는 등 문제가 많다”며 “국내 대행사를 통해 대부분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실질적으로 정보 파악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또 “국내 증시의 성공적인 국제화를 도모하려면 외국계 상장기업의 정보를 보다 철저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