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향후 찾아올 수 있는 글로벌쇼크를 대비해 각 금융권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금융안정기금을 구상하고 있는 것.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더욱이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유럽발 재정위기가 지속적으로 상존하고 있어 향후 찾아올 수 있는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자는 차원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자금을 출연할 지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올 초 은행권의 부실 부동산PF 정리를 위한 PF정상화뱅크의 출자비율 책정에도 적잖은 진통이 있었으며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서민금융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진한 상황이다. 또한 최근 금융당국은 각 금융권에 배당 유보 및 최대한 많은 충당금 적립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김석동 위원장은 16일 5대 금융지주회사 회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증시 안정을 위한 금융회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지주사들이 뜻을 모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김석동 위원장이 지적한 배당 문제에 은행권이 반발하면서 실질적으로 금융지주사들의 동의를 얻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조성한 자금이 글로벌 쇼크에 실효성 있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달하고 시가총액으로 약 300조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만 빠져나가도 자금이 30조원에 달하게 되며 실질적으로 글로벌 쇼크가 발생했을 경우 자금은 이 보다 더 빠질 수 있다는 것.
정부는 글로벌 위기가 닥칠 때 빠져나가는 외국인 자금을 보완하겠다고 금융안정기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30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1990년에 증권·은행·보험·상장기업 등이 5조원의 기금을 조성한 증시안정기금은 외국인이 빠지는 폭락장에 투입되고 1996년 청산됐다. 하지만 일부 참여사는 관련 소송을 벌이는 등 이후 10년간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위는 외환위기 때 30조원 규모로 채권안정기금을 조성한 사례가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금융위는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이같은 요청을 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금같이 규제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의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금융회사들이 참여를 한다고 해도 과거와 다르게 증권시장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제대로 효과를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