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700MHz 대역을 놓고 지상파 방송사와 통신회사간 팽팽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에 사용되고 있는 700MHz 주파수는 내년말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유휴대역으로 남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회수해 재배정하게 된다.
신규 주파수 확보에 목말라 하고 있는 이동통신업계는 이 주파수가 통신용으로 배정되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특히 700MHz는 효율성이 높은 저(低)주파수로, 신호 도달거리가 길고 회절률이 좋아 욕심을 내고 있다.
22일 이동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주파수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이동통신은 광대역 서비스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트래픽이 상당히 증가해 ‘데이터 폭발’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용 가능한 주파수를 최대한 발굴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지상파 방송업계는 “디지털 전환으로 회수되는 700㎒ 대역 주파수에 대한 경매 계획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21일 서울 렉싱턴호텔에서 ‘차세대(4G) 지상파방송 활성화를 위한 주파수 활용방안 기자회견’을 열고 700MHz 대역에 대한 공익적인 정책 설계를 촉구했다.
디지털 전환 이후에도 지상파 방송의 공익적 역할이 지속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방통위가 주파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경제적 효율성뿐 아니라 방송을 통해 구현되는 공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날 KBS 최철호 국장은 “이미 방통위 주변에서는 700MHz 대역이 4세대 이동통신용으로 주파수 경매에 나올 것이라는 얘기들이 무성하다”며 “항간의 추측대로 경매에 부쳐진다면 통신사업자들이 부담해야할 막대한 경매 대금은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이면 3D나 UD(Ultra-HD) 등 차세대 방송 서비스가 활성화 되는데 기존 디지털방송과 인접한 700MHz 대역이 가장 적합하다”며 “차세대방송 서비스 전환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700MHz 대역 108MHz폭의 절반인 54MHz 주파수 할당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MBC와 SBS, EBS 등 나머지 지상파3사 관계자들도 “미래를 준비할 최소한의 주파수 폭인 54MHz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일단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용이든 통신용이든)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면서 “양쪽 업계의 주장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결정은 위원회에서 하겠지만 연말에 나올 광개토 플랜에 담아 확정할 것인지, 협의 일정 자체를 내년으로 미룰 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효진 기자